소셜미디어(SNS)는 이른바 1인 인플루언서 시대를 만들어냈다. 2억5천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미스터 비스트(MrBeast)’로 대표되는 유튜버들은 기존 전통미디어의 TV시청률을 압도하고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의 스타 인플루언서들은 매년 수백만,수천만달러의 소득을 버는 직업으로 떠올랐다.종이신문에 광고를 내고 명함을 돌리는 옛날스러운 방식의 에이전트 홍보는 더 이상 고객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요란한 치장을 하고 명품으로 온몸을 꾸민 채 호화스러운 장소에서 매물을 소개하는 신세대 에이전트의 판매실적은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들을 한숨짓게 만든다.
보수적이라는 은행의 고객유치 영업도 디지털 마케팅을 외면하면 백전백패다.예전처럼 지점의 회의실에 앉아 예금 상품을 상담하고 팸플릿을 주워담아 줘봐야 한달 내내 신규 계좌 하나 오픈할 수 없는 시대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대면에 익숙해지면서 은행을 찾아가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뱅킹이 한결 보편화됐다.
그러한 세태변화에 맞게 은행 영업도 웹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앱), 유튜브 채널, 이메일 등 온갖 디지털 수단을 총동원하지 않으면 안된다.
세상은 더이상 ‘아, 옛날이여~’를 한탄하며 한숨지을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이미 바뀌어버린 기술발달의 시대에서 인공지능이 생활의 모든 곳에 파고들기 시작하는 참에 넋놓고 있을 틈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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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전대미문의 뱅크런(Bank-run·은행에서 단기간에 예금에 대한 대량 인출 요구가 일어나는 현상)으로 인해 자산규모(2,090억달러) 미국내 16위였던 실리콘밸리 뱅크(SVB)를 포함한 다수의 중소 은행이 줄도산 한 이후 미국 은행권의 예금 유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다.
소규모 은행의 안정성에 의문을 가진 다수의 고객이 대형 은행과 머니 펀드, 각종 국채와 금 그리고 가상화폐 등으로 빠르게 자산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남가주에 기반을 둔 한인은행업계에도 큰 위기로 다가왔다.
한인은행은 그나마 은행권 최고 수준의 금리와 기존고객 및 신규고객에 대한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빠르게 대응, 예금 이탈을 방지하고 오히려 총 예금고가 소폭이나마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낮은 조달 비용의 근간이 되는 낮은 비용의 핵심예금(Core deposit)과 무이자 예금고가 매분기 감소하며 어느새 지난 수년래 최저수준까지 떨어져 위기가 남아 있다.
예금 감소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지금 한인은행은 높은 이자가 아닌 핵심예금 고객, 즉 수익성이 높은 고객을 끌어들이고 지키는 영업전략으로 그 초점을 옮기고 있다.
●온라인 뱅킹 투자 늘리자
예금고객을 늘리는 최우선적인 방법으로 그동안 다분히 형식적으로 운영해온 온라인뱅킹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뱅킹에 익숙한 고객들도 직접 지점을 방문해 예금계좌를 열기도 했지만 이제 이들 중 상당수는 온라인으로 모든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대형 은행으로 옮겨갔다. 팬데믹 기간 방문을 중단한 것에 익숙해진 탓에 예전에 비해 방문율은 1/3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말이다.
웹사이트 이메일 등 디지털 정보를 인증하는 기관(CA)의 조사에 따르면 예금 계좌를 여는 고객의 88%는 자신의 거주지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은행을 검색한다.
LA 한인타운과 오렌지카운티 비치블러바드 등 한인은행 밀집 지역의 은행 정보를 구글과 빙 서치 등을 통해 검색해 보면 한인은행의 정보는 서치 엔진을 아래로 어느 정도 내려야 찾을 수 있다.한인은행들이 지역 고객들에게 온라인상에서 쉽게 노출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지도 검색도 마찬가지다. 구글 맵 등에서 한인은행을 찾아도 이미 오래된 외관 사진이 대부분이고 주소를 비롯, 기타 세부 정보도 정리돼 있지 않다.고객 리뷰는 대부분 5점만점에 1점 수준으로 사실상 낙제점이었다.온라인에서 검색하기 힘든 은행이 평점까지 나쁘다면 신규고객이 굳이 방문할 필요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로컬엔진 최적화(search engine optimization)등에 한인은행이 지속적으로 예산을 사용한다는 얘긴 거의 듣기 힘들다.
특히 타인종 고객은 근거리 은행을 택할 때 온라인 정보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마련이어서 이 부분에 좀 더 투자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 홍보 전문가는 “오프라인 지점의 중요성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고객에게 은행의 이미지를 각인 시키는 곳은 지점”이라며 “지점을 통해 고객들의 성별, 연령, 직업, 학력, 자녀 유무 등을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접근 전략을 택해야 한다”라고 지적한다.기존 고객과 소통을 통해 개선점을 듣고 이를 통해 특별한 상품을 고안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형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로컬 커뮤니티뱅크만의 장점을 어필하는 것도 좋다. 최근 로컬의 제2금융권인 크레딧 유니언들이 주민들에게만 적용되는 고금리 이자 예금을 홍보하는 것이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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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유튜브 채널 활용 적극적이어야
소셜 미디어(SNS) 등 디지털미디어 사용방법도 늘려야 한다. 특정 SNS의 경우 광고 노출 대상을 좁힐 수 있다. 예를 들어 50인 이하 로펌을 대상으로 하는 IOLTA 계좌 등의 경우 보통 일반 광고가 아닌 링크드 인 등 프로들을 위한 사이트에 집중 홍보하는 식이다. 이밖에도 은행의 SNS를 은행의 상품 홍보보다 이미지 개선에 사용해야 한다는 고객도 많다.팔로워부터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계좌 정보에 더해 은행의 이벤트 등을 홍보하고 보이스피싱 예방법, 실전 투자법 등 앱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는 인상을 주면 이것이 입소문을 통해 팔로워를 늘리고 고객도 증가한다는 게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은행 자체의 유투브 채널을 본격 운영하는 것도 고객들이 원하는 사항 중 하나로 나타났다.
이미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다수의 은행들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는 은행이 아닌 트렌디한 예능 프로그램을 연상시킬 만큼 세련됐다. 단순히 은행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를 주는 가운데 은행에 대한 이미지를 알리고 이 안에 광고(홍보)를 섞어 넣는 형식이다.
한국의 한 은행은 취업 전선에 뛰어든 한 청년의 경제 성장기를 일기 형식으로 연재하면서 수개월간 무려 수십만에 달하는 팔로워를 늘렸고 이중 다수가 고객으로 유입됐다. 고객 증가와 함께 그만큼 예금 계좌도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앱 운영방식 개선…이메일 마케팅도 중시해야
앱을 운영하는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한인은행의 앱은 활용도가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인은행 앱에 대한 고객 리뷰를 보면 앱 자체의 실행 속도와 디자인,기능성 모두 아쉽다는 지적이 많다.다운로드 채널도 구글애드나 유투브 등 노출이 많은 곳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다.
타인종 은행들은 보다 많은 채널에 은행 광고를 노출 시킨 후 이를 클릭하면 바로 은행의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특정 페이지로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이를 적극 활용한 한 크레딧 유니언은 최근 수개월간 월 400명 이상의 신규고객을 유치했다고 알려진다.
앱을 설치했다면 각종 예금 계좌 등을 오픈하는 방법을 알리는 비디오 튜토리얼 등을 삽입할 수 있다.실제 퍼스트 익스체인지 뱅크나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모바일 뱅킹 앱을 통해 이런 다양한 홍보 광고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인은행은 이메일 마케팅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메일 광고 캠페인 중 상당수는 스팸 처리 되거나 클릭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각 연구 기관들의 집계에서도 이메일 광고의 단 20%만이 확인된다고 나타났다.흥미로운 점은 이메일 수신 대상을 특정할 경우 이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이메일 캠페인은 현재 앱 등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 또는 이메일을 열어 봤지만 그 내용을 클릭하지 않는 고객에게 집중한다. 고객의 이메일 확인 여부는 마케팅 오토메이션 툴 등으로 검토할 수 있다.
모 은행의 지점을 찾은 한 고객의 이야기다. 한인은행의 지점과 먼 곳으로 이사해 지점을 찾기가 번거롭게 되자 앱과 모바일 뱅킹 등을 적극 이용해 볼 생각으로 지점 직원에게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직원은 앱과 모바일 뱅킹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부족했고 자신보다 특별히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만약 고객이 지점 직원에게 이런 인상을 받는다면 위험신호다. 나쁜 경험은 그대로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지점 직원들에게 자사 앱과 모바일 뱅킹을 아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지점을 찾은 고객이 직원을 통해 앱과 모바일 뱅킹에 대한 좋은 경험을 할 수록 고객이 보다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지며 이들 고객을 통한 리퍼럴 확보도 용이해진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