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릴까요, 폐업할까요”…배민 수수료 후폭풍에 업주들 ‘속앓이’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음식 가격을 올릴까요, 가게를 때려치울까요?”

지난 10일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최대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글이다. 배달의민족이 배달 중개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잇따르고 있다. 글쓴이는 “플랫폼이 무료 배달하고 ○○하더니 결국 수수료를 또 올렸다”며 “결국 소비자가 비싼 음식을 먹게 됐다”고 썼다. 해당 글에는 “가격을 올려도 더 많은 손님이 온다는 자신이 있으면 올리고, 더 이상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하면 폐업하길 바란다”, “점주들은 앞으로 (음식값을) 다 올리게 될 것”, “최저시급까지 겹쳐 방법이 없을 것”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배민이 중개 수수료를 인상한 가운데 반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수료 인상 여파가 음식값 인상 조짐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전날 배민은 내달 9일부터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업주들의 부담이었던 배달비를 낮추겠다는 당근책도 내놨다. 중개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부가세 제외)로 인상하는 대신 배달비는 지역별로 건당 100∼900원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지역의 배달비는 기존 3200원에서 2900원으로 300원 싸진다.

자영업자들은 배민이 내놓은 당근책에 대해 “의미 없다”고 입을 모았다. 손해가 늘어나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황지웅 씨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중개수수료 인상에 따라 3만원짜리 닭을 팔면 1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며 “배달비가 300원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업주 입장에서는 700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사를 계속하려면 결국 음식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

자영업자들은 음식을 통해 버는 돈보다 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토로한다. 전국가맹점주협회가 지난 10년간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6%였다. 인상된 중개수수료율이 자영업자의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3% 높다. 배달 중개수수료율과 영업이익률 모두 매출을 기반으로 산정되는 수치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회 정책위원장은 “배달 앱으로 음식을 팔수록 자영업자 손해가 커지는 구조”라며 “음식 가격 인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민을 사용하는 일부 자영업자는 메뉴 가격 이원화를 고민하고 있다. 실제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에는 ‘가게배달’과 ‘배민1플러스’에 가격 차이를 두겠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업주는 “(배민1플러스로 주문하는) 음식가격을 1000원을 올렸다”면서 “고객센터에 왜 (배달과) 가격 차이가 발생하냐는 질문이 오기도 한다”고 남겼다.

배민은 가게배달(정액제)과 배민1플러스(정률제) 두 가지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가게배달은 가게를 통해 주문을 받아 배달만 배민이 맡는다. 배민1플러스는 주문부터 배달까지 모두 배민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뤄진다. 이번에 인상된 중개 수수료는 일종의 주문 수수료다. 업주들은 가게배달과 배민1플러스를 병행해 사용할 수 있지만, 논란은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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