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기술 성공했더니 월급 ‘빵원’”…與 ‘세금 폭탄 R&D 보상금’ 손본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1. “로또처럼 평생에 한 번 있을지 모를 일이 왜 종합과세 대상인지 이해할 수가 없죠. 심지어 로또(최대 33%)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어요. 가장 심각한 건 프로젝트 연구비가 줄어든 겁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미안해서 보상금을 받은 연구원들끼리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얘기까지 나눴습니다.” (정보·통신 분야 정부 출연연구기관 소속 A연구원)

#2. “세금이 너무 많아서 몇 달 동안 월급을 못 받거나, 나눠서 반씩 받아야 했습니다. 이런 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공계 기피현상은 절대 줄어들지 않을 것 같아요. 학생들이나 후배들에게 수도 없이 들었거든요. 자기들은 ‘교수님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요.” (인공장기 제조 분야 정부 출연연 소속 B연구원)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을 발목잡는 ‘직무발명보상금 소득세제’를 개선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우수 특허기술 확보의 ‘마중물’이 될 것이란 보상금 제도의 취지와 달리, 이공계 기피현상을 가속화하는 ‘저해 요소’로 자리잡았다는 지적에서다. 여야 불문 ‘R&D 지원’을 강조하는 22대 국회가 실제 제도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과학기술 영입인재 출신인 최수진 의원(비례)은 지난 8일 직무발명보상금에 대해 ‘전액 비과세’를 추진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종업원이 재직 중 지급받는 직무발명보상금을 현행법상 근로소득에서 ‘기타소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최 의원은 “현행 제도는 종업원 등의 세금 부담이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직무발명보상금 제도는 특정 기술을 발명한 종업원이 특허를 받을 권리를 회사에 승계(이전)하는 대신 일정 금액의 보상을 받는 제도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등록 특허 13만5000여건 중 법인의 직무발명 특허는 11만9000여건(88%)를 차지한다. 특허청은 이 제도를 우수한 특허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인센티브’로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다시는 기술이전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 비과세 기타소득이었던 직무발명보상금이 2017년 개정 소득세법에 따라 종합과세 대상이 되면서, 하루 아침에 과세표준 구간별로 최대 45%의 누진세율을 적용 받게 됐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에 기여하지 않은 대표이사의 보상금 편취를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현장 연구원들이 보상금 규모에 따라 수 백만원에서 수 십억원에 달하는 ‘세금 폭탄’을 떠안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A씨는 현행 세제가 연구자 개인뿐 아니라 R&D 프로젝트에 악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다. A씨는 오늘날 휴대폰·텔레비전(TV) 등 무선통신 채널에서 데이터 오류를 수정하는 데 널리 쓰이는 ‘LDPC부호(LDM-오류정정부호)’ 기술을 개발, 2022년 기술 이전에 성공하며 23억5000만원의 직무발명보상금을 수령했다. 14년의 연구 결실을 인정받은 기쁨은 잠시, 4대 보험료를 포함해 13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부과됐다. 함께 특허 연구에 참여한 동료 연구원들도 보상금의 45~50%에 해당하는 수 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설상가상 A씨와 동료들이 참여하는 연구 프로젝트 비용까지 줄었다. 직무발명보상금이 당해 연봉으로 잡히면서 기관(회사)이 절반씩 부담하는 4대 보험료가 상승, 프로젝트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A씨는 “연구원으로서 다들 선망하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당혹스럽고 힘들었다”며 “4대 보험료를 한 달에 수천만원씩 내면서 한동안 월급이 ‘빵원’이었고, 프로젝트 연구비가 줄어드니까 다른 동료들의 불만도 샀다”고 토로했다.

소득세법 개정 전후 기술 이전을 바라보는 현장의 시각은 크게 달라졌다. 10여년간 7건의 기술 이전 성과를 낸 B씨의 경우, 법 개정이 이뤄졌던 2016년 1억5000만원 규모의 기술 이전에 성공해 자신의 몫으로 5400만원의 보상금을 책정받았다. 그러나 보상금을 실수령한 이듬해 개정법이 적용되면서 40%에 해당하는 216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했다. B씨는 “1년에 열흘도 제대로 쉬지 않고 연구한 결과물”이라며 “연구를 하려는 젊은이들이 줄어드는 사회에서, 특허 기술 개발을 단순히 노동의 대가로만 취급하는 건 연구자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기술 이전에 따른 국내 직무발명보상금은 적은 수준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연구원들의 기술 이전 건당 평균 수입은 3700만원으로, 미국(3억6100만원)의 10분의 1에 그친다. 일본은 직무발명보상금을 양도소득이나 잡소득으로 분류하고, 유학이나 스톡옵션, 승진 등 포상제를 폭넓게 운영하고 있다.

이는 현행 세제가 지속될 경우 국내 이공계 인재들이 처우가 좋은 해외를 향하거나, 진로를 바꿔 의대 편입 또는 국내 일반 대기업에 취업하는 ‘이공계 엑소더스’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공계 연구원(공공연구소 재직 기준)과 의사는 학업기간이 11~14년으로 비슷하지만, 졸업 이후 처우는 2배 이상 차이 난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도 직무발명보상금이 오히려 국가적 R&D 성과를 저해하는 요소가 됐다고 보고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지난해 예산 삭감 후폭풍을 계기로 여야가 각종 R&D 지원법을 쏟아내는 만큼 국회 법안 논의는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직무발명보상금에서 발생한 소득세 산출세액 추정치는 약 114억원으로, 연말정산 신고 근로자 추정치(약 68조원)의 0.017%에 불과해 세수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최 의원은 “과학기술 개발과 발명 진흥을 위해서라도 국회가 직무발명보상금 세제개편을 통해 R&D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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