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신세계그룹이 계열사의 체질 개선을 위한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낸다. 부진한 사업을 축소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하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의지에 따른 변화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조직을 개편한 SSG닷컴에 이어 신세계L&B 등 계열사별 효율화 작업이 한창이다. 기존 부서를 통·폐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아직 조직 개편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신세계L&B의 방향성은 본업 중심의 체질 개선이다. 위스키, 소주 등 신사업을 정리하고 와인 유통에 집중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수익성 중심의 분위기 전환이라는 점에서 정 회장이 강조한 효율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실제 지난해 신세계L&B 매출액은 18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93.8% 줄었다. 올해 1분기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한 408억원에 그쳤다.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는 슬림화는 진행형이다. 신세계L&B는 지난달 27일 제주사업소를 분할해 신설회사 제주소주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제주소주는 2016년 이마트에 인수된 이후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다 2021년 신세계L&B에 흡수합병됐다. 업계는 신세계L&B가 장기적으로 제주소주를 매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송현석 신세계L&B 대표가 겸직 중인 신세계푸드도 체질 개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신세계푸드는 일부 외식 매장의 사업장 철수 영향으로 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치열하게 변화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정 회장이 취임한 후 약 2주 만에 창사 후 첫 희망퇴직을 발표했다. 4월에는 실적이 부진한 신세계건설 대표를 교체했다. 이달에는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합친 ‘통합 이마트’가 출범했다.
부진한 이커머스 사업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G마켓과 SSG닷컴은 올해 1분기 각각 85억원, 1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SSG닷컴과 G마켓 대표를 교체하고, 조직 개편의 신호탄을 쐈다. G마켓은 기존 PX(Product eXperience)본부에서 테크본부를 분리했다. SSG닷컴은 기존 4개 본부(D/I, 영업, 마케팅, 지원) 체제를 2개 본부(D/I, 영업)로 줄였다. 이어 마케팅본부는 영업본부로 통합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불경기 상황에서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경영 효율화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내부 변화를 통한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