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양국 간 우호 발전에 대한 공로로 모디 총리에게 러시아 최고 영예인 성안드레이 페르보즈반니 사도 훈장을 수여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 바이든 행정부에서 인도와 협력 강화를 추진해온 당국자들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밀착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좌절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디 총리의 이번 러시아 방문이 인도 정부와의 협력 강화 추진을 비판해온 바이든 행정부 안팎의 그룹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바이든 정부 관료들이 전했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인도와의 관계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 협력뿐 아니라 민감한 국방 기술 공동 생산에도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모디 총리는 이번 방문 중 푸틴 대통령과 뜨거운 포옹을 하는 한편 그를 ‘친구’로 칭하기도 했다. 인도와 러시아는 모디 총리의 방러를 계기로 민간 원자력 협력을 심화하기로 하고, 양국의 외교적 입지 확대도 발표했다.
모디 총리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주재하려 준비하던 때 이뤄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9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러시아 최고 영예인 성안드레이 페르보즈반니 사도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최근 3연임에 성공한 모디 총리는 이틀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연합] |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위한 중요한 행사였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 안팎의 거센 대선 후보 사퇴론에 맞서 건재함을 과시할 기회였다.
모디 총리의 러시아 방문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모디 총리의 방러로 인해 바이든 캠프가 힘들어졌고, 불편해졌다는 게 미 당국자들의 전언이다.
미 당국자들은 일련의 회의와 전화 통화로 인도 측에 이런 우려를 전달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 백악관은 모디 총리가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일을 놓고 표면적으로는 크게 내색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 백악관은 미국과 인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모디 총리가 러시아를 찾아 양국의 우호 관계를 확인한 데 대해 “러시아와의 관계를 포함해 인도는 미국과 완전하고 진실한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전략적 동반자인 점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과거 이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시피, 인도를 포함해 모든 국가들이 지속적이고 공평한 평화 유지를 위한 노력을 지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특히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 이는 한층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도와 러시아의 오랜 관계가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종식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푸틴 대통령만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