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사우디, 올해 네옴시티 예산 20% 줄인다

네옴 더 라인. [네옴 더 라인 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사막 위에 미래 신도시를 건설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예산을 대폭 삭감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정부 위원회가 네옴을 포함한 거대 프로젝트들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거의 완료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올해 네옴에는 당초 목표보다 20% 적은 예산이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네옴시티 지역에 새로운 항공편을 취항하려는 계획은 보류 중”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가 네옴에 대한 지출을 수십억달러 줄이고, 다른 프로젝트도 보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네옴은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발표한 탈(脫)탄소 국가발전 계획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으로,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에 달하는 2만6500㎢ 규모로 친환경 스마트 도시와 바다 위 첨단산업단지,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릴 산악 관광단지 등을 짓는다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하지만 자금 조달 난항과 함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돼 왔다. 네옴 사업비는 발표 당시 5000억달러(약 687조원)에서 최근에는 최대 1조5000억달러 (약 2061조원) 규모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2조달러(약 2784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우디의 또 다른 초대형 프로젝트인 ‘키디야 프로젝트’도 개발이 축소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 프로젝트는 홍해 제다의 키디야 해안에 관광·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구상으로, 한때 예산이 500억달러(약 69조원)로 추정됐었다.

이번 예산 삭감은 사우디의 우선순위 변화를 의미한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유가 하락, 예상보다 부진한 외국인 투자, 최소 3년 이상의 재정적자에 직면한 사우디 정부는 이제 무엇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어떤 속도로 진행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우디는 리야드에 세계 최대 규모의 ‘킹 살만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와 리야드 북서부에 세계 최대 신도시를 건설하는 ‘뉴 무라바 프로젝트’ 등 메가 프로젝트를 15개나 발표해 왔다.

장 미셸 살리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중동·북아프리카 이코노미스트는 “현실은 이런 종류의 지출이 경제에 일종의 과열을 일으킬 것이며 그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또한 프로젝트가 재정적 제약 없이 계속 진행될 경우 수익성에 대한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만 500억달러 이상의 정부 지출이 메가 프로젝트에 배정돼 있다. 국부펀드인 사우디 공공투자기금(PIF)도 2025년부터 매년 700억달러(약 96조원)의 자본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사우디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증거들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국영 석유기업인 사우디 아람코는 주식을 매각해 120억달러(약 16조원) 이상을 조달했으며 PIF는 자회사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여기에 2022년 2분기 이후 급감한 외국인직접투자(FDI)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사우디의 올해 1분기 FDI는 약 45억달러(약 6조원)를 기록했다. 연간 목표인 290억달러(약 40조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상당한 증가가 필요할 상황이다.

아부다비 상업은행 PJSC의 모니카 말리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프로젝트 중 상당 부분은 필요한 전반적인 지출과 투자의 규모에 달려 있다”면서 “프로젝트들은 재원을 두고 서로 다투고 있고, 인력 수요와 물가는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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