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른게 없는데…” 깊어지는 자영업자 한숨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이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 최종안의 표결을 거쳐 내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0원으로 결정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7% 오른 1만30원(시급)으로 결정되면서 단순 노동시장 뿐 아니라 편의점·카페·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실업급여를 비롯한 각종 고용보험기금 관련 급여와 공공 계약 단가, 산업재해 보상금 등이 줄줄이 최저임금에 연동돼 있어 이번 인상으로 국가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 편의점에서 만난 점주 한미숙(56)씨는 “아르바이트생 6명을 쓰고 있다”며 “수입의 70∼80%가 인건비로 나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9000원 시대와 1만원 시대는 느껴지는 부담이 다르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서울 목동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점주 강모(46)씨는 “1시간에 매출 1만원을 못 올릴 때가 많은 상황에서 최저시급 1만원은 부담스럽다”며 “가만히 있어도 공과금과 인건비는 나간다. 알바생(아르바이트생)을 더 줄이거나 알바 시간 단축을 고려해야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내년 최저임금이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제시한 시간당 1만120원과 1만30원 중에서 1만30원으로 최종 결정되자 동결되지 않아 아쉽지만 물가 상승 대비 그나마 ‘선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동결됐으면 가장 좋았겠으나, 인상 폭이 우려보다 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 주휴수당 제외 및 업종별 차등제 도입 요구를 계속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도 “사장님들은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는데 아쉬움이 크다. 원재료·배달비·임대료·공과금 등 안 오르는 게 없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마저 올라 자영업자들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도 동결이나 인하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저임금위원회의 ‘2023년 최저임금 심의편람’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연동되는 법령은 29개, 복지 관련 제도는 48개에 달한다. 실업급여를 비롯해 육아휴직 급여·북한이탈주민 지원금 등 복지지출 소요가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오르게 된다. 특히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고용보험기금 지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가 책정한 올해 실업급여 예산을 작년보다 2800억원 적은 10조9000억원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정부는 실업급여 하한액 규정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도 개편을 장담할 수 없다. 산재 보상금도 최저임금에 연동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산재 보험급여를 산정할 때 최저보상 기준금액이 최저임금액보다 적으면 최저임금액을 최저 보상 기준으로 삼는다. 출산 전후 휴가급여도 시간급 통상임금이 최저임금보다 적으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한다.

이 밖에 북한 이탈주민에게 주는 국내 정착지원금도 월 최저임금액의 200배를 상한으로 규정하고 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경우 국가가 지급하는 형사보상금도 1일당 하루 최저임금의 최대 5배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한편 2025년 적용 최저임금안의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조사 기준 47만 9000명(영향률 2.8%), 경제활동인구 부가 조사 기준 301만 1000명(영향률 13.7%)으로 추정된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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