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11일 롯데호텔 제주에서 열린 ‘2024 한경협 CEO 제주하계포럼’에 참석해 ‘생성형 AI 생태계의 현황 및 대응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
“AI 사업에서 중요한 것이 ‘속도’입니다. 이것이 LG가 세계적인 유전체 연구기관과 손잡은 비결입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11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롯데호텔 제주에서 개최한 CEO 제주하계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세계적인 비영리 유전체 연구기관 ‘잭슨랩(JAX)’과 협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은 잭슨랩과 알츠하이머·암의 발병원인·진행과정을 분석하고, 치료제 효과까지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본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잭슨랩은 노벨상 수상자를 20명 배출한 세계 최고 수준의 비영리 독립 연구기관으로 평가된다. 잭슨랩의 유전자 변이 쥐가 없으면 난제 연구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배 원장은 “잭슨랩이 구글과 MS(마이크로소프트)를 접촉했을 때 이들 기업은 대중적인 AI 모델에 초점을 맞춰 인더스트리(산업) 특화 모델에는 집중 안 하던 시점이었다”며 “잭슨랩 측에 2년을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잭슨랩은 당장 협력 가능한 곳을 찾고 있어 관심 분야가 같은 우리와 협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사업에서 속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프로젝트를 미루면 사업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고 강조했다.
양사는 LG의 생성형 AI ‘엑사원(EXAONE)’에 잭슨랩이 보유한 알츠하이머의 유전적 특성과 생애주기별 연구자료를 학습시켜 질병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배 원장은 “인간과 유전체가 같은 인간화 쥐(Humanized mouse)를 만든다면 획기적인 혁신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AI는 구광모 LG 회장이 주력하는 미래 3대 사업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배 원장은 “그룹 최고 경영진이 AI로 그룹을 바꾸겠다는 신념이 강하고 LG 계열사 전체가 지난 4년간 AI 트랜스포메이션을 노력한 끝에 각 계열사 CEO가 앞다퉈 AI를 도입하고 있다”며 “그룹 계열사들이 의뢰하는 프로젝트를 보면 신약개발, 항암백신, 전해질, 양극재 등 개발 주제들이 너무 많아 문제를 빨리 풀고 돌파구를 신속히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에서도 배 원장은 바이오와 화학 분야 중심으로 개념증명을 하고 있어 해당 산업에서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LG의 초거대 AI인 엑사원에 대해 “다음달 신규 버전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LG AI의 강점으로 미래 예측을 소개하며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ETF(상장지수펀드) ‘LQAI’ 수익률이 28%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배 원장은 AI 사업 난제로는 데이터 확보를 꼽았다. 배 원장은 “데이터 확보 비용 문제를 감안해 많은 기업들이 오픈데이터셋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두 단계 들어가면 라이선스 문제가 있어 신뢰성 있는 LLM 구축에 데이터가 고통스러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생성형 AI 기업 90%가 데이터 사용 관련 소송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제주=정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