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호황 속 제조업 근로자 소득 오히려 5.1% 줄어…‘낙수효과’ 아직 멀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수출 호황 지속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근로자 소득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실적 개선의 온기가 아직 소비 말단까지 전해지진 않은 것이다. 금리가 떨어지고 올해 실적을 반영한 상여금이 지급되는 시점이 돼야 ‘낙수효과’를 기대할 만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일 국가통계포털(KOSIS) 가구주 산업별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광업·제조업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 감소했다. 1분기 근로자 소득이 줄어든 산업은 광업·제조업과 공공행정·교육 등 2개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제조업 ‘월급쟁이’의 소득 감소가 가장 컸다. 마이크로데이터통합서비스(MDIS)로 해당 통계를 쪼개보면 제조업 상용근로자의 소득은 같은 기간 5.9% 감소했다. 광업과 제조업 내 모든 근로형태(종사상지위)를 통틀어 유일하게 소득이 줄었다.

이는 호황이 이어지는 제조업 수출 상황과 대조를 이룬다. 반도체 등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5월 89억2000만달러를 기록, 2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불어났다. 1~5월 누적 경상수지는 254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0억3000만달러)과 비교해 305억달러 개선됐다. 한국은행은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가 기존 전망치(279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1분기 제조업 근로소득이 줄어든 것은 수출 호황에 따른 상여금이 아직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출은 8개월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등에 성공한 건 지난해 10월의 일이다. 때문에 핵심 제조업 업체는 올해 초 성과급 지급을 줄이거나 없앤 상황이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일부 반도체 부문 성과급을 0원으로 책정했다. 거의 매년 초마다 연봉의 50% 가량을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받아 왔던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도 성과급이 없었다. 경기 침체 여파로 반도체 산업이 한파를 겪으며 작년 1~3분기 DS 부문의 누적 적자만 12조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4분기에는 메모리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며 1조~2조원대로 반도체 적자 규모를 줄였지만, 만회하기엔 부족했다.

수출은 다시 살아났지만 이에 따른 소득 여건 개선이 아직 이뤄지지 않으면서, 내수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해 1~5월 재화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1% 감소한 뒤로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소매판매는 최근 2년 중 4개월을 뺀 20개월간 모두 감소했다.

그동안 민간소비를 지탱한 서비스업도 최근 동력이 많이 약해졌다. 서비스 소비로 해석되는 서비스업 생산은 올해 1~5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늘어는 났지만 증가 폭은 2020년(-2.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내수를 살릴 수 있는 징검다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가 떨어지기 전까지라도 떨어진 소비 여건을 개선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피벗(통화정책 전환)까지 남은 시간, 경제심리 안정을 위한 브릿지 전략 필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수출(생산) 측면의 경기 회복세가 소비에 미치는 낙수효과는 아직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리 인하 전까지 민간 경제 주체들의 소비·투자 여력 고갈을 막으려면 ‘브릿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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