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벤탄쿠르. [로이터=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축구선수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에 휘말렸던 로드리고 벤탄쿠르(27·우루과이)가 이번에는 관중석에 물병을 던져 스태프를 다치게 했다.
11일(현지시간) 풋볼런던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전날 우루과이와 콜롬비아가 맞붙은 '2024 코파 아메리카'(남미 축구 선수권대회) 준결승 직후 터졌다.
이날 우루과이는 콜롬비아에 1대 0으로 패배했다.
그런데, 경기 중 서로가 서로에게 과격한 몸싸움을 벌인 탓에 과열된 분위기는 종료 후에도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루과이 공격수인 다르윈 누녜스는 관중석에 올라가 콜롬비아 팬들과 주먹다짐도 했다.
이 과정에서 터치라인 근처에 있던 벤탄쿠르도 관중석을 향해 물병을 던졌는데, 상황 수습을 위해 관중석으로 올라간 우루과이 스태프 한 명이 여기에 맞고 말았다.
물병을 맞은 스태프는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엑스(X)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스태프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공유됐다.
풋볼런던은 "벤탄쿠르가 그 이후에도 한 차례 더 관중석을 향해 물건을 던졌다가 경기장 직원들로부터 쫓겨났다"고 전했다.
아울러 "누녜스와 벤탄쿠르 등 연루 선수들은 오는 14일 캐나다와의 3·4위전에 앞서 출전 금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남미축구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연맹 징계위원회는 사건 전말을 파악하고 관련자들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연맹은 "수억명 축구팬이 지켜보는 중 축제를 더렵히는 어떤 행동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벤탄쿠르는 지난달 자국 방송 프로그램에서 손흥민을 상대로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 중심에 섰다.
벤탄쿠르는 'Por la camiseta(티셔츠를 위해)'에 출연, 방송 중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에 "어쩌면 쏘니(손흥민 애칭)의 사촌 유니폼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고 했다.
특정 인종을 거론하며 "다 똑같이 생겼다"고 하는 건 대표적 인종차별 표현으로 통한다.
논란이 일자 벤탄쿠르는 SNS에서 "내 형제 쏘니, 최근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겠다"며 "그건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내가 너를 비롯한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상처받게 하려는 의도가 절대 없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재차 사과문을 올리고 "제 발언으로 누군가 기분이 상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며 "손흥민을 언급한 인터뷰 후 그와 이야기를 했다. 손흥민은 내 발언이 단지 불행한 오해일 뿐이라는 걸 이해했다. 그걸 모든 사람에게 전달하고 싶다. 친구와 모든 오해를 잘 풀었다"고 했다.
손흥민도 "벤탄쿠르가 공격적 의도로 그런 말을 한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벤탄쿠르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