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상현·안대용·양근혁 기자] “감히 말하는데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인해서 선거판 전체가 활성화해 민주당도 득을 봤다 생각하고, 넓은 의미에서 민주 진영 전체가 승리했다고 생각한다.”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은 10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물론 저희만의 역할은 아니고 근본적으로 국민들이 선택을 한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조 의원은 오는 20일 열리는 혁신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하기 위해, 지난 4일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창당 이후 ‘추대’ 형식으로 대표직을 맡았던 조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재신임’을 얻어야 다시 대표로서 당을 이끌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한 혁신당 당 대표 후보는 조 의원 한 명이다.
조 의원은 창당 당시를 떠올리며 “비난하려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정치권 인사, 언론, 정치평론가들이 ‘만들지 마라’, ‘만들면 망할 거다’, ‘만들면 민주진영에 방해가 될 것이다’라고 얘기했다”며 “어떤 분들은 창당 후 성공하니 ‘민주당과 합당하라’고 얘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조국혁신당이 갑자기 없어졌다 해도, 현재 당 지지율이 민주당으로 옮겨 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또 지난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없었다고 했을 때, 현재의 ‘민주당+혁신당’ 의석을 가져왔을까”라며 “조국혁신당이 없으면 민주당이 다음 선거나 여러 정치 과정에서 ‘민주당+혁신당’만큼을 가져올 수 있을까, 전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조 의원은 “적정한 긴장과 경쟁이 있어야 실제 조국혁신당도 잘 될 수 있고 민주당도 잘 될 수 있는데, 혁신당의 존재 의미가 무엇이고 역할이 무엇인지를 잘 이해 못하는 분들이 있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민주당 2중대’라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거듭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민주당은 ‘협력과 경쟁’의 대상”이라며 “일부 정치평론가, 언론에서 양당이 ‘제로섬’ 관계라고들 하지만, 선거 결과나 여론조사 결과를 면밀히 들여다보지 않은 선입견을 갖고 하는 얘기”라고 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과는 무능한 검찰정권을 조기 종식시키는 여정에선 굳건히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선거나 정책에선 서로 생각이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선의의 경쟁은 양당 모두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지지기반을 넓히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한마디로 협력과 경쟁을 통해 각자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조 의원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로 선출되면, ‘2기 지도부’와 함께 최근 당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는 ‘지지율 하락’ 역시 극복해야 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혁신당의 지지도는 8%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 대비 1%포인트(P) 하락한 수치이자, 4·10 총선 이후 최저치다.
조 의원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선거가 끝나고 국회가 열리니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거대 양당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석수에서도 우리당이 민주당의 15분의 1정도에 불과하니 스피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바닥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 조직이 정비가 되면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혁신당의 지지율 궤적을 살피면,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을 내놓으며 ‘선명성 강화’에 나설 때 우상향을 그렸다. 혁신당이 이른바 ‘쇄빙선’으로 부르는 검찰개혁 법안들은 혁신당 강령 1호에 근거한다. 실제 혁신당이 ‘검찰개혁 4법’을 발표한 날이 조사 기간에 포함됐던 갤럽의 6월 4주 차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혁신당의 지지율은 반등했다.
법학자에서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을 거쳐 ‘입법자’가 된 조 의원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의 일환으로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폐지되면서 생긴 형사·사법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입장은 확고했다.
2022년 검수완박으로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이 사라지면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고발을 해오던 시민단체나 내부고발자들 사이엔 이로 인한 ‘심리적 허들’이 생겼다. 사건 특성상 고발인이 결정적 역할을 하는 범죄들이 있는데, 장애인 학대나 성 착취 사건처럼 직접 자신의 피해를 알리기 어려운 이들로선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부적절하고 불완전하게 종결돼도 손쓸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국회에 법 개정이 필요하단 의견을 전했지만, 21대 국회는 이를 해결하지 못한 채 끝났다.
조 의원은 “모든 사건에 대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인정하게 되면 경찰로 간 게 모두 검찰로 갈 수 있어 분리한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며 “그런 식으로 돌리는 건 안 된다고 보지만 사회적 약자 집단 등에 한해 그런 피해 구제 경로를 마련해주는 것은 앞으로 입법자가 고려할 수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기소를 담당하고 수사에 대한 사후적 법적통제를 해야 하는데, 고발인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일이 발생할 경우 이 문제를 다시 검찰이 수사하라고 하면 수사·기소 분리의 의미가 없어진다”며 조 의원은 “검찰개혁 4법에 담긴 수사·기소 분리가 먼저 되고 그게 전제가 되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문제를 법률적·입법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맞이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혁신당에겐 ‘비교섭단체 한계 극복’ 또한 향후 과제다. 실제 의원 수 12명의 혁신당은 22대 국회 개원 후 ‘비교섭단체’라는 이유로, 거대 양당의 ‘원 구성’ 갈등 등 주요 정국에 참여하지 못했다. 조 의원 역시 지지율 하락의 또다른 원인으로 “게다가 비교섭단체여서 국회 의사일정 결정이나 국회 운영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도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런 그는 ‘연말까지’를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조 의원은 “저는 단독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국회법 개정을 통해서 요건을 완화하는 것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 두 개를 모두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제가 조국혁신당 당 대표가 된다면 연말까지 투트랙에 대한 설득 작업 또는 합의 과정들을 쭉 거쳐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작업을 하는 게 신임 당 대표로서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즉 국회 전체가 동의해줘야 한다”며 “국회의장과 민주당, 국민의힘 모두에게 호소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거대 양당 입장에선 요건을 낮추기 싫어하겠지만 정치개혁 차원에서는 과거처럼, 박정희 군사정권의 유신 전처럼 10석으로 낮춰야 한다”며 “저희가 690만표를 받았는데 690만명의 목소리가 국회 운영과 의사결정 구조에 있어 봉쇄돼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들의 목소리가 봉쇄돼 있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본다”며 “거대 정당이 있지만 작은 정당의 교섭력을 인정해주는 것이 정치개혁의 요체”라고 했다.
조 의원은 야6당 간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대해선 “다 모으면 충분히 스무 명이 되겠지만, 그럴 경우 각 당의 지지층이 반발할 가능성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실제 정연경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원이 동아시아연구원(EAI)을 통해 발표한 ‘이탈인가 항의인가?: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투표 결정 요인’에 따르면, 혁신당 투표자의 대다수는 이념적으로 민주당에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유권자들인 반면, 개혁신당 투표자는 과거엔 미래통합당을, 현재는 개혁신당을 지지하고 이념적으로 가장 가깝다고 여기는 유권자들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 의원은 “의석 수를 늘리자가 아니라 왜 공동교섭단체를 만드는가에 대한 그 이유가 합의가 돼야 된다”며 “예컨대 100을 함께 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5는 같이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어떻게 하겠다 등이 합의가 되면 공동교섭단체가 되겠지만, 그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그래서 이제 시작”이라며 “두 목표 모두 급하게 할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조 의원은 아울러 본인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질문에도 답했다. 조 의원은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조국 대표가 없는 조국혁신당이 온전하게 유지되겠느냐’란 물음에 “대법원이 언제 어떤 판단을 할 지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렵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져 잠깐의 혼란이 생긴다 해도 조국혁신당에는 12명의 의원들이 그대로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미 국민들은 윤석열, 한동훈 등 일부 정치검사들이 왜 저와 제 가족을 그토록 죽이려고 했는지 잘 알고 계신다. 그렇기에 지난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의 손을 잡아주셨다”며 “최악의 상황이 오면 당내에선 제2, 제3의 조국이 등장하고, 총선 때보다 지지자가 더 늘 것이다. 그 분들이 우리당을 더 굳건히 지킬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1.2%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