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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 1년 간 글로벌 주요국 증시가 랠리를 펼치며 시가총액 규모를 크게 늘린 가운데, 한국 증시 역시 절대적 규모에서 만큼은 반등세를 보였지만 순위는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세계거래소연맹(WFE)이 집계한 회원 거래소의 시총 합산액은 114조3944억달러(약 15경7716조원)로 1년 전 109조281억달러(약 15경317조원) 대비 4.92% 증가했다.
WFE는 52개국에서 공적으로 규제되는 주식·선물·옵션거래소들의 연합체로 한국거래소도 회원 거래소 중 한 곳이다.
코스피·코스닥 시장 시가총액을 모두 더한 한국 주식시장의 규모는 지난 4월 기준 1조8766억달러(약 2587조원)로 1년 전 1조7724억달러(약 2444조원)보다 5.88% 늘었다. WFE 회원 거래소 전체 시총 증가율을 웃도는 수준으로 성장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기록했던 부진을 한 해 만에 털어내고 반등의 기회를 잡아낸 결과다. 한해 전 한국 주식시장 시총 규모는 1년전(2022년 4월, 1조9867억달러, 약 2739조원)보다 무려 10.79%나 감소한 바 있다.
다만, 국내 주식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별 시총 순위에선 작년과 올해 모두 16위로 같은 순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한국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작년 4월 1.63%에서 올해 4월 1.64%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지난 2022년 4월 1.84%에서 약 0.2%포인트 하락한 이후 2년 연속 반등하지 못한 것이다.
작년 2조898억달러(약 2882조원) 규모의 시총을 기록하며 한국보다 세 계단이나 앞선 13위에 이름을 올렸던 이란 ‘테헤란증권거래소(TSE)’는 1년 사이 시총 규모가 15.18%나 줄어든 1조7726억달러(약 2444조원)로 한국에 이어 17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년 사이 시총 규모가 무려 25.03%(1조5913억→1조9896억달러, 약 2194조→2743조원)나 커진 ‘대만증권거래소(TWSE)’가 작년 18위에서 올해 14위로 4계단이나 치고 올라왔다.
한국과 대만 증시 간의 순위가 뒤바뀐 가장 큰 요인으론 양국 시총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와 TSMC의 희비가 교차된 것이 꼽힌다.
작년 4월말 대비 올해 4월말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19.97%(6만4600→7만7500원)나 올랐다. 다만, 같은 기간 TSMC의 주가 상승폭은 57.37%(502→790대만달러)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TSMC는 각각 코스피·자취안(加權) 지수 내 시총의 약 20%, 약 35%씩 차지하고 있다.
코스피 시총 2위 SK하이닉스 주가가 해당 시점 96.17%(8만8800→17만4200원)나 올랐지만, 전체 시총 중 비중이 7%에 불과한 만큼 양국간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을 방어한 수준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장주’ 엔비디아가 이끈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의 수혜를 차별적으로 받은 결과”라며 “TSMC의 경우 엔비디아의 핵심 밸류체인 기업으로서 투자금이 몰렸던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AI칩 제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 등에 밀렸단 평가를 받으면서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첨단산업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대만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보고 있다”면서 “대만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보다 AI 산업 관련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어 차별화 현상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기업 경쟁력 강화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란 설명이다.
글로벌 시총 1위 거래소의 자리는 전년 대비 시총 규모가 11.69%나 성장하며 27조377억달러(약 3경7282조원)를 기록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차지했다. 뒤이어 2위 자리는 글로벌 AI 랠리의 주역으로 꼽히는 ‘빅테크’ 등 주요 기술주의 초강세에 힘입어 시총이 27.89% 늘어난 미국 ‘나스닥(24조3156억달러, 약 3경3529조원)’이 이름을 올렸다.
유럽 증시의 성장세와 중국·홍콩 증시의 뚜렷한 하락세도 주목할 지점이었다.
프랑스 파리·벨기에 브뤼셀·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유럽 3개국 증권 시장을 운영하는 범 유럽 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의 시총은 1년 전 대비 1.61% 늘어난 7조7억달러(약 9653조원)로 3위를 차지했다.
반면, 기존 3위였던 중국 ‘상하이(上海)증권거래소(6조6695억달러, 약 9197조원)’는 1년 간 시총이 9.35%나 감소하면서 4위로 밀려났다. 중국 선전(深, 4조1068억달러, 약 5663조원), 홍콩(香港, 4조1014억달러, 약 5655조원)의 순위는 1년 전에 비해 각각 한 계단 씩 내려 앉은 7,8위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급부상한 국가는 인도였다. 한해 전에 비해 시총 규모가 46.08%나 커지면서 시총 순위도 2023년 4월 9위(3조3062억달러, 약 4558조원)에서 올해 4월 6위(4조8298억달러, 약 6658조원)로 3단계나 상승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올해 하반기엔 코스피 지수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호적인 글로벌 경기 매크로 환경에 더해 AI 모멘텀에 따른 글로벌 증시 랠리와 기업이익 개선세도 코스피 지수의 상승 추세를 지지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FICC리서치부 부장은 “미국과 미국 이외 국가 간의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성장 격차가 축소되는 것도 국내 증시엔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달러에 대한 약세 압력이 높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선진국 증시보단 한국을 비롯한 인도, 베트남, 대만 등 신흥 아시아권 증시와 멕시코 등의 상대적 강세가 가능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