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3월 30일 워싱턴의 한 호텔 밖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총에 맞아 급하게 이송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유세 중 총격을 당하기 전에도 미국에서는 정치인을 겨냥한 테러 사건은 종종 발생했다. 총에 맞아 목숨을 잃은 미국 대통령만 4명이다. 암살시도가 벌어지면 동정론과 함께 지지율이 뛰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총격 사건을 계기로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1년 3월 30일 워싱턴 힐턴호텔 앞에서 정신 질환을 앓던 존 힝클리가 쏜 총에 가슴을 맞았다. 레이건이 취임한 지 불과 70일째 된 날이었다.
옆구리에 총상을 입은 레이건 대통령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고 목숨을 건졌다. 총격범이었던 존 힝클리는 우울증을 앓고 있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정신병원에 갇혔다.
해당 사건은 국민을 통합하는 계기가 됐다. AP통신은 “13일 동안 레이건은 병원에 입원했고, 이 사건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자극했다”며 “용감한 대통령을 본 미국인과 대통령 사이에는 유대감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NYT도 “당시 민주당 하원의장 토마스 P.오닐 주니어는 대통령 병실로 가서 그에게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고 전했다.
레이건의 지지율은 83%까지 치솟았다. 다만 갖은 논란으로 그 다음 해인 1982년 지지율이 32%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겪었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총상을 입은 채로 손짓을 하며 무대를 떠나고 있다. [AP] |
반면 총격 사고 직후 유세까지 했지만 정치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던 대통령도 있다.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총격 사건과 유사하게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다. 당시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트럼프와 같이 임기를 마친 후 4년 만에 다시 대통령직에 도전했다. 루스벨트가 한 호텔에서 나와 유세 차량에 가던 중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순간 존 슈랭크가 방아쇠를 당겼다.
당시 53세였던 루즈벨트는 주머니에 있던 연설문 덕분에 가슴 총상을 입고도 살아남았다. 하지만 부상이 심해 참모들이 그를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지만“유권자와 약속한 연설을 이행해야 한다”며 유세장으로 이동해 약 90분 동안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에서 “나는 방금 총에 맞았다”며 시민들을 놀라게 한 뒤 “하지만 민주당 윌슨을 이기려면 이 이상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하지만 루스벨트의 목숨을 건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표가 분산돼 경쟁 상대인 윌슨이 승리했다.
제16대 미국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 제20대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 제25대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제35대 존 F. 케네디 대통령 등 4명의 현직 대통령이 암살로 목숨을 잃었다.
이번 트럼프 총격 사건이 어떤 역사를 되풀이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공화당은 트럼프 사진 등을 활용해 지지층 결집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엑스(X·옛 트위터)에 “그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절대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엑스에서 “하나님이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