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강남” vs “서울탈출” 저출생 속에도 강남·경기는 ‘초등생 쏠림’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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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 5년 전 결혼한 이모(45)씨 부부는 경기 덕양구 신도시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부부 모두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과 직장 모두 서울에서 나왔지만 집값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씨가 부모님과 살던 서울의 본가보다 통근 시간은 1시간 남짓 길어졌다. 이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학부모들도 대부분 서울에서 이사를 온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학령인구 감소는 전국적 현상이다. 지방은 물론 수도권도 예외가 아니다. 주목되는 지점은 서울의 학령인구는 빠르게 감소하는 반면, 경기권 학령인구는 소폭이나마 늘었다는 점이다. 앞선 이씨의 사례처럼 서울 내에서 집을 마련치 못한 학부모들이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경기권으로 이사를 떠나며 발생한 현상이다. 서울 내에서도 분화가 포착된다. 소위 ‘강남’엔 학령인구가 늘어 ‘과밀 학급’이 우려되는 반면, 이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학령인구가 빠르게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15일 각 교육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2014~2023년) 동안 서울 초등학생 수는 45만7517명에서 38만439명으로 16.8% 줄었다. 반면 경기는 73만207명에서 75만4484명으로 3.0% 늘었다. 전국적으로 저출생 현상이 계속되며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경기는 오히려 유입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집값 부담을 피하기 위해 서울에 직장 등 연고지를 두고 경기도로 이주하는 가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신도시가 다수 조성되며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 가구가 유입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기도를 기준으로 보면 경기도 초등학생 증가세는 서울 지역 집값 폭등 시기에 가장 가팔랐다. 10년 사이 경기도에 가장 많은 초등학생이 늘어난 해는 2018년(1만8558명), 2019년(1만7245명), 2017년(6561명)이다.

서울 안에서는 사교육 지구인 강남구로의 초등학생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6299개 초등학교의 전·출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시군구 중 서울 강남구에 가장 많은 초등학생(2199명)이 유입됐다. 유입 규모가 2000명대를 넘은 지역은 강남구가 유일하고, 서울내 2위인 양천구(685명)보다도 3배 이상 많았다.

입시 업계에선 이를 강남가 사교육 특구에 대한 선호로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초등학생 전·출입은 신도시 개발 등 부동산 요인이 많지만, 교육 인프라에 대한 기대심리도 크게 작용한다”며 “2028학년도부터 내신이 현행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수능 중요도가 커지는 것도 교육 특구에 대한 선호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렇듯 수도권 내에서 초등학생 쏠림이 발생하면서 ‘과밀학급’에 몸살을 겪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서울 도심에서도 폐교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학생이 과도하게 몰리는 역설이 벌어지는 것이다.

2024년 7월 기준 경기도 초·중·고등학교 1만6434학급 중 22.9%(1만3272학급)는 과밀학급이다. 강남의 경우 전체 초·중·고 80곳 중 40곳이 과밀학급으로 나타났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과밀 지역에 학교를 새로 지어달라는 요구도 많지만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다보니 학생 수가 충족되리라는 보장이 없어 신설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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