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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최면진정제, 항불안제 등 5종의 마약류를 처방받은 A씨. 알고 보니 A씨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죽은 이가 의사와 만나 마악류를 처방받은 것.
심지어 약을 타간 이는 A씨의 엄마였다. 엄마가 이미 세상을 떠난 아이가 복용할 것이라고 핑계를 대며 대리처방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경찰청과 함께 사망자 명의로 의료용 마악류가 처방된 사례를 조사한 결과다. 식약처는 이를 포함, 사망자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6명을 적발, 경찰청에 수사의뢰했다.
마악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의료기관 1개소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사망자 명의로 마약류를 처방받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각종 마약범죄와 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기초적인 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은 의료 종사자 및 시스템에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씨 외에도 B씨 역시 사망일 이후 B씨 명의로 졸피뎀 등 4종의 마약류를 처방받았다. 해당 의료기관에 확인해보니 실제 마약류를 타간 이는 신원 불상자였다. 그가 해당 의료기관을 방문해 본인이 A씨라고 속이고서 마약류를 처방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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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행정안전부의 사망자 등록정보를 수시로 비교, 사망자에게 마약류가 처방된 정보를 수시로 분석 중이다.
작년에도 사망자 명의를 도용한 의심자 12명, 타인 명의 도용 의심자 15명 등 총 27명을 수사 의뢰했다.
그 중에는 이미 사망한 남편을 악용, 남편의 거동이 불편하다며 남편 사망 이후에도 마약류 약품 20정을 처방받은 아내가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아내가 탄 약은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클로나제팜 등이다.
졸피뎀은 불면증 치료를 위해 단기로 쓰이는 수면제이지만,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마약류 의약품이다. 최근엔 전 야구선수 오재원이 이를 대리처방까지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클로나제팜 역시 공항장애 치료 등에 쓰이지만 약물의존성과 오남용 위험에 따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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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관계자는 “주민등록 사망 말소 상세 내역을 추가로 연계 받아 보다 정밀하게 정보를 분석하고 있으며, 경찰청·지자체와 함께 지속적으로 점검을 실시해 명의도용 사례는 누락 없이 철저히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