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련병원들이 15일 전공의들의 사직 절차를 처리하고 병원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출할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복도에 의료공백을 규탄하는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정부가 수련병원에 제시한 전공의들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 15일 도래한 가운데 의료계 내에서 ‘중증환자를 내버려둘 수 없다’며 전공의들의 복귀를 독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은 이날 언론사에 ‘양보는 패배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의견이 담긴 글을 보내 “정부의 급진적인 의대 증원이 의료비상사태의 원인을 제공했지만 중증 환자들을 생각해서 전공의와 의대생이 조금 양보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양보한다면 국민들 모두 크게 환영하고 큰 빚을 진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양보하지 않으면) 병원에 남은 의사들은 중증 환자들을 위하여 모든 노력과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간호사와 임상병리사가 전공의 업무를 최대한 대체하고, 전임의와 교수들이 몇 배 고생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외국 의사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2025년 증원된 의대생이 나오는 시기는 10~14년 이후로, 한의사를 제외한 의사수가 15만명 수준일 때”라며 “2025년 의대 증원분 1천500명은 그때 총 의사수의 1%에 해당한다. 이제는 모두 살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5개월 동안 수많은 중증 환자들의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이라며 “수술이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되고 1차 수술 후 2차 수술을 받지 못하고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다른 중소 병원을 찾아서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할 수 있는 죽음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지금 중증 환자들에게는 전쟁터나 의료 최빈국과 다름이 없다”며 “중증 환자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홍 교수는 “2025년도 1500명 증원은 양보하고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정부가 올바른 의료정책을 세우고 시행하도록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전공의가 없는 상급종합병원은 미국과 일본에도 없으며 젊은 의사들의 존재와 역할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전공의와 의대생의 요구를 경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환자단체도 이날 전공의의 현장 복귀를 독려하며 의대교수들에게 전공의를 설득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가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요구사항을 발표했다”며 “교수단체들이 중재 노력은 하지 않고 전공의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발표해 환자들의 신뢰와 희망이 산산조각 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대 비대위는 진정성 있는 자세로 전공의 설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전공의들은 5개월이라는 긴 죽음의 터널에 갇혀 있는 환자들을 위해 명분없는 싸움을 즉각 멈추고 의료현장으로 복귀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의대비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대로라면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을 바로 세우고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정책을 결정해 달라. 사직을 선택한 전공의의 사직서 수리 일자는 전공의 의사를 존중해 결정해 달라”고 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40개 의대 수련병원 교수 대표도 이날 권고문을 발표하며 “복지부는 수련병원장들을 압박하고 회유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며 “개별 전공의의 복귀·사직 여부에 대한 응답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사직 처리를 하는 것은 현 사태를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