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 ‘무지방인데 왜 살찔까?’ 뺐다더니 더 추가한 가공식품 표기

‘무지방·무가당’ 등이 표기된 가공식품 중에는 당분이나 식품첨가물이 추가된 경우가 많다. [123RF]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일부러 무지방 요거트를 골랐습니다. 지방이 빠지면 열량이 낮아지고, 더 건강하지 않을까요?”

30대 직장인 홍모 씨가 마트에서 유제품을 구입하며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지방을 빼는 대신 당분을 더 첨가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가공식품에도 이를 겨냥한 문구가 늘고 있다. ‘무가당·무설탕’, ‘무지방·저지방’, 또는 ‘트랜스지방 무첨가’ 등이다. 해로운 성분이 빠진 건강식품처럼 보이지만, 무엇인가 더 첨가되는 것이 문제다.

미국의 유명 식품 활동가 바니 하리(Vani Hari)는 저서 ‘내 몸을 죽이는 기적의 첨가물’에서 이런 현상을 ‘무첨가 식품의 오류’라고 역설했다. 오히려 식품첨가물이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책은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목록(2020년)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바니 하리는 이런 표기가 소비자를 혼동하게 만드는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무첨가 표시 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거짓말”이란 극단적 표현으로 초가공식품의 과다 섭취를 경고했다.

실제 시중에 판매되는 ‘무가당’ 표기 제품에는 당류 대신 인공감미료가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무가당’은 당류 등을 첨가하지 않고, 식품 자체의 당 함량이 높아지지 않도록 제조한 제품이다. 인공감미료는 ‘무가당’ 표시의 ‘무(無)’에서 제외된다. ‘당알코올’,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등이 주로 사용된다. ‘무설탕’ 역시 ‘설탕’을 넣지 않았다는 뜻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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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나 요거트 등 유제품에도 ‘무지방’ 또는 ‘저지방’ 표시가 자주 등장한다. 여기도 소비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지방을 빼는 대신 정제당이나 당분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과 비슷한 맛이 나도록 다양한 가공 처리를 한 단백질이 들어가기도 한다. 지방을 빼면서 ‘맛이 없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대안이다.

‘순수하게’ 천연식품만 들어간 것처럼 보여도 무언가 추가되기도 한다. 마트나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100% OO과일로 만든’ 주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액상과당이나 나트륨, 색소 등 첨가물이 들어가는 일이 흔하다. 과일농축액을 만드는 과정에서 맛과 향이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 성분을 넣기도 한다. 새콤달콤하면서 대부분 당분 함량이 높다.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주는 밍밍하거나 다소 쓴 ‘진짜’ 착즙주스와 다른 맛이다.

국내 식품표기법상 정제수와 시럽, 첨가물이 들어가도 ‘다른 과일’을 사용하지 않고, 과일을 짜낸 ‘과즙’이 있으면 ‘100%’로 표기할 수 있다. 실제로 주스의 구석이나 뒷면을 확인하면 ‘OO농축액 O%’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다만 지난 2020년부터 100% 표시 옆에 첨가물 명칭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관련법이 개선됐다. ‘오렌지과즙 100%, 천연 오렌지향 포함’과 같은 방식이다. 하지만 ‘100%’ 표기가 유지된다면 소비자 혼란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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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이나 에너지바 등 가공식품 역시 ‘식이섬유가 풍부한’ 문구가 자주 등장하지만, 기능성 식이섬유는 천연 식이섬유와 다르다. 옥수수 추출물을 화학적으로 변형시킨 말토덱스트린이 대표적이다.

김민정 미국 국가 공인 영양사는 “기능성 식이섬유는 합성 또는 천연물질을 추출해 가공된 것”이라며 “천연제품이 제공하는 다양한 영양소 섭취가 불가능한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반면 “천연 식이섬유는 다양한 영양소가 함께 흡수되어 건강에 폭넓은 이점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식이섬유는 가능한 자연식품으로 먹어야 우리 몸에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으로 푸룬(서양 건자두), 아몬드, 사과, 치아시드 등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가 내세운 표기만 주목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필요한 당분이나 지방, 식품첨가물 등을 많이 섭취할 수 있다”며 “이것이 제품 뒷면의 영양 성분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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