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폐수에서 노다지 찾는다”

이번 연구결과가 게재된 국제학술지 ‘ACS 서스테이너블 케미스트리 앤 엔지니어링’ 표지.[POSTECH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진흙 속에서 금속 되찾고 자연도 지킨다.”

반도체 산업 등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보통 버려지거나 환경에 해로운 요소로 간주된다. 그런데 최근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기술로 폐기물 속에서 희귀 금속을 회수하고, 경제성까지 평가한 연구가 발표돼 주목을 모으고 있다.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한지훈 교수 연구팀은 삼성전자 SAIT(구 종합기술원) 와 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산업 폐기물에서 텅스텐을 효과적으로 회수하는 경제적·친환경적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ACS 서스테이너블 케미스트리 앤 엔지니어링’에 표지논문으로 선정돼 게재됐다.

텅스텐은 전자나 반도체, 항공,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텅스텐과 같은 희귀한 금속은 지구상에 널리 분포하지 않아 특정한 몇몇 국가에서 채굴되는데, 이와 같은 금속 자원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 산업 폐수에서 금속을 되찾는 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산업 현장의 폐수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수질과 토양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이 분야는 자원 재활용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구팀은 ‘바이오리칭(bioleaching)’을 이용해 반도체 제조 산업 폐수에서 텅스텐을 회수하고, 기술 경제성을 평가했다. 미생물은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금속으로부터 얻기도 하는데, 바이오리칭은 미생물의 자연적인 금속 용해 능력을 이용해 광석이나 폐기물에서 금속을 추출한다. 이 기술은 화학 약품을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했을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며, 비교적 적은 에너지와 비용으로도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한지훈(왼쪽부터) 교수, 이윤재, 최윤서 박사과정, 정순천 삼성전자 SAIT 박사, 박준성 삼성전자 SAIT 박사.[POSTECH 제공]

연구팀은 토양과 공기, 식물 등 주변 환경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곰팡이인 페니실리움 심플리시움(Penicillium simplicissimum)을 사용하여 텅스텐을 포함한 금속을 용해했다. 그리고, 바이오리칭 이후 ‘활성탄 기반 흡착-탈착’과 ‘암모늄 파라텅스테이트 침전’ 등 두 가지 정제 공정 기술을 이용해 용액 속 텅스텐을 효과적으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기술 경제성 분석을 통해 활성탄 기반의 흡착-탈착 공정이 침전 공정보다 비용이 약 7% 더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미생물 균주 적응성과 성장, 반응 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는 환경 오염 방지와 자원 재활용이 동시에 가능한 반도체 산업의 폐수 처리 공정의 경제적인 실현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지훈 교수는 “친환경적인 바이오리칭을 기반으로 한 텅스텐 회수 공정의 경제성과 산업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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