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오름테라퓨틱 제공 |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회사 이름 하나 잘 지었네.”
회사명처럼 오름세를 타는 바이오 회사가 있다. 지난 해 2000억원대 기술수출 계약에 이어 올 해는 1조 넘는 초대형 계약을 따냈다. 설립 10년도 안된 회사의 성과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바로 생명공학 기업 ‘오름테라퓨틱(이하 오름)’이다.
오름은 16일 미 바이오 기업 버텍스 파마슈티컬과 글로벌 다중 타겟 라이선스 및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버텍스 파마슈티컬스는 지난해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한 겸상 적혈구병 치료법 ‘카스제비(Casgevy)’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 기반 치료법으로는 최초로 승인받은 곳이다.
버텍스는 오름의 이중 정밀 표적 단백질 분해(TPD²,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기술을 이용해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전처치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전처치제란 본 치료를 원활하게 수행하고자 만드는 약물로 버텍스는 유전자 약물을 주입하기 전 골수 환경을 깨끗이 만들 약을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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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 제공하는 TPD²는 TPD를 항체약물접합체(ADC)에 접목한 차세대 기술이다. TPD 기술은 질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또는 분해하고자 하는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표적해, 이를 제거하거나 비활성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즉, ADC 또는 유전자가위 크리스퍼캐스9(CRISPER/Cas9)와 같이 목표물을 선택적으로 변경, 제거해 최종적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신개념 신약개발 기술이다.
기존 저분자화합물 치료제가 단백질 기능을 억제했다면 TPD는 질병의 원인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분해·제거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오름은 1500만달러(207억원)의 선급금과 최대 3개 타겟에 대해 각각 최대 3억1000만달러(약 4200억원)의 추가 옵션 및 마일스톤을 받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계약대로 이뤄질 경우 총 계약 규모는 9억2500만달러(약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를 통해 개발된 후보물질이 상용화됐을 때 로열티는 별도로 계산되며, 모든 연구·개발 및 상업화는 버텍스가 담당한다.
오름의 기술수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름은 지난 해에도 이 기술로 이미 미 글로벌 제약사 BMS에 23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오름이 받은 선급금만 1300억원에 달해 이 기술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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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오름의 TPD 기술이 연달아 큰 규모의 기술수출로 그 가치를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오름은 LG화학 출신 이승주 대표가 2016년 창업한 바이오 기업이다. 이 대표가 지분 18%를 가진 최대주주다.
오름은 올 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데 이미 지난 4월 기술 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했다. 하반기 내 상장이 유력하다.
이런 잇따른 계약 소식에 오름은 상장 전부터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름테라퓨틱은 다른 기업이 갖고 있지 않은 독보적인 플랫폼 기술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상장 후 제2의 알테오젠처럼 가치가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고 말했다.
오름은 지난 해 매출 1354억원, 영업이익 956억원, 순이익 682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