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을 하며 본격적인 출정을 알렸다. 바이든의 사퇴가 현실화할 경우 112년만의 전·현직 대통령의 재대결이 무산되면서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판이 요동칠 전망이다.
이날 펠로시 전 의장이 “조만간 바이든이 대선 경선에서 하차하는 쪽으로 설득될 것으로 믿는다”는 발언을 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나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순식간에 확산했다.
WP는 민주당 인사 3명을 인용해 펠로시가 캘리포니아주 민주당원들과 일부 하원 지도부 의원들에게 바이든 사퇴가 임박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일부 민주당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계속할 경우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결국 백악관을 넘겨주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민주 당내 분위기를 알렸다.
펠로시 전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우군’이다. 지난달 27일 첫 대선 TV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그의 곁을 지켰다. 하지만 당원들의 사퇴 요구가 봇물처럼 이어지자 지난 10일 “시간이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 사퇴 대열에 합류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가족과 참모진도 사퇴 가능성에 대비한 구체적 계획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 NBC 방송은 19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가족들이 그의 사퇴를 전제한 계획 마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논의의 초점은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어떻게 그가 원하는 시기와 방식을 취해야 할지에 초점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치권에선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주변의 사퇴 압박에도 완주 의사를 거듭 피력한 배경의 하나로 질 바이든 여사를 비롯해 차남 헌터 바이든 등 가족들의 의지를 거론해 왔다.
마지막까지 그의 완주를 지지해 온 가족들마저 ‘출구 전략’ 검토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면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취 결단이 임박했다는 사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민주당 고위 지도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월요일까지는 떠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압박은 극복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 고위층은 “바이든 선거운동 캠프에 자금을 댔던 고액 기부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가 임박한다고 생각한다”며 “기부자들이 지난 3일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에게 바이든의 중도 하차를 설득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하차 문제를 놓고 자아 성찰을 하고 있다. 그는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하차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 변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할 경우 11월 대선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 때문으로 알려졌다.
블루로즈 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경합주에서 패배할 뿐 아니라 뉴햄프셔와 미네소타, 뉴멕시코, 버지니아, 메인 등 2020년 대선에서 완승했던 지역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게 된다. 또한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뉴저지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2.9%라는 근소한 우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 지도부는 전체 유권자 절반 가량이 ‘민주당 정치인들은 바이든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고, 부정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정치인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각종 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펠로시 전 의장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선을 완주할 경우 연방 상원의 다수당 자리도 공화당에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이 일제히 ‘바이든 사퇴 가능성’을 알린 이 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에 나섰다.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마지막 연설자로 나선 트럼프는 세 번째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피격 사건 이후 첫 대중 연설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귀에 거즈 붕대를 하고 이전과 달리 고강도 비판보다는 통합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암살 미수 사건 이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를 더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 CBS 방송이 여론조사업체 유거브에 의뢰해 지난 16~18일 등록 유권자 2247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오차 범위±2.7%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52%로, 47%를 기록한 바이든 대통령을 5% 포인트 앞서갔다.
암살 미수 사건 이전인 지난 3일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2%포인트 올랐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1%포인트 내려갔다. 미 대선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5%포인트 이상 격차로 앞선 것은 30여년 만의 일이라고 CBS 방송은 전했다.
김빛나·정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