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창립 115주년 총회에서 연설 도중 기침을 하고 있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에 확진돼 현재 델라웨어 사저로 이동해 격리 중이다. [AP] |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승리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우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우군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까지 “바이든이 대선 출마포기 결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후보 사퇴 요구가 정점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이번 주말 바이든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그의 선택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은 18일(현지시간) 오바마 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 유지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의 길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이렇게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얼마전까지만해도 대선 모금 행사에 참석했으며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이 TV 토론에서 처참하게 참패한 후에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오바마는 엑스(X·옛 트위터)에 “토론이 잘 안 되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내 말을 믿으라”며 “이번 선거는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싸워온 사람(바이든)과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트럼프) 사이의 선택”이라고 썼다.
전날 코로나19 확진으로 유세를 중단하고 델라웨어에서 격리에 들어간 바이든 대통령이 거취 문제에 대한 당 주요 인사들의 입장과 요구를 경청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퇴 결론은 정해졌고 발표 시점 문제일 뿐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18일 “바이든 대통령과 가까운 몇몇 사람들이 그가 대선에서 질 수도 있다는 점과, 당내서 분출하는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후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당 안팎에서 점점 더 많은 수의 지지자가 등을 돌리는 기류를 감안할 때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결심은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 측근은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사퇴 결심을 한 것은 아니라고 못을 박았지만, 또 다른 측근은 현실은 자명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자신의 승계자로 추인하는 성명을 곧 발표해도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를 자신해온 백악관 및 캠프 핵심 측근들 역시 후보 사퇴 외에는 길이 없는 것 아니냐는 확연한 기류 변화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민주당 핵심 지도부는 당 지도부의 가중하는 사퇴 압박과 친구들의 설득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말 중 후보 사퇴를 결심할 수 있다고 전한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첫 TV토론 이후 불붙기 시작한 사퇴론은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건으로 트럼프 대세론을 굳히면서 바이든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문이 더 커졌다. 민주당 최고 지도부를 포함해 그의 핵심 지원군들마저 명예로운 결단을 요구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앞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3일 델라웨어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후보 자리에서 내려와야 대통령으로서 그가 남긴 유산을 지킬 수 있다는 당내 우려를 직접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다소 순화된 표현으로 동일하게 사퇴 건의를 전달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의회 1·6 조사특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민주당 제이미 라스킨 하원의원도 이달초 바이든 대통령에게 4장 분량의 서한을 보내 그는 지친 투수이며 동료들과 상의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당내 경선을 통해 압도적인 대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한 상태다. 당에서 강제적으로 그의 후보 자격을 박탈할 수단은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그가 명예롭게 자리에서 내려오기를 한목소리로 압박하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흑인 연예전문 케이블방송인 BET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재도전하지 않고 다른 후보에게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암시하면서도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어서 물러나기 꺼려진다”고 대선 레이스 완주 의지를 강조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후보 사퇴론에 대해 다소 누그러진 반응을 보이며 당내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한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비공개적으로 의회 인사들의 의견을 계속 청취하고 있다”며 “(후보사퇴론에 대해) 공개적인 자리에서처럼 반감을 보이진 않는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