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후보 사퇴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체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코로나19에 걸려 델라웨어 자택에서 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18일(현지시간)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 페이엣빌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현지 고등학교에 마련된 유세장에 그가 들어서자 지지자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유를 믿나요? 기회를 믿나요? 미국의 약속을 믿나요? 그리고 싸울 준비가 되셨나요? 우리가 싸우면, 이긴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행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의 역할을 맡기 위한 해리스의 오디션 격이었다고 평가했다.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부통령을 관중에 소개했는데, 쿠퍼 주지사는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보기 힘든 민주당 소속으로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될 경우 부통령 후보를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이자 자신의 맞상대인 J.D. 밴스 상원의원을 주로 겨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통합을 지지한다고 주장하려면 그런 말만 해서는 부족하다”면서 “여러 계층의 미국인에게서 자유와 기회, 존엄을 앗아가는 의제를 추구하면서 통합을 지지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WP는 관중이 해리스의 발언마다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밴스 의원을 겨냥한 모든 공격에 동조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주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등 여러 경합주를 돌며 유세했다. 그는 유세에서 현재 고전하는 바이든-해리스 캠페인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신이 만만치 않은 후보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WP는 공화당 전당대회를 다룬 기사에서 공화당이 4년 전에 비해 해리스 부통령을 훨씬 더 자주 언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2020년에는 전당대회 첫 3일 동안 해리스 부통령을 20여 차례 언급했지만, 이번에는 7배에 달하는 160여 차례나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WP는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민주당 전당대회 전에 후보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공화당이 그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관측했다.
이코노미스트와 유거브(YouGov)가 13∼16일 진행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의 79%가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할 경우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자의 28%는 해리스가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이길 가능성이 크다고 했고, 32%는 비슷하다고 했으며, 24%는 해리스가 이길 가능성이 더 낮다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의 사저에서 격리하며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주치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가벼운 호흡기 증상이 있지만 생체 징후는 정상이며 코로나19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