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전망에 “韓·中 우려, 사우디·헝가리 환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피격 사건을 딛고 재집권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도 이에 대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을 일각에선 반기고 있지만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는 국가도 적지 않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몇 달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저울질해온 세계 각국이 이제 구체적인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체적인 조치에 나선 나라로는 우선 한국을 꼽았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방위비 분담을 늘리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이 주한미군 비용 분담 협정을 신속히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공연하게 동맹국이 부담을 나눠서 져야 한다고 강조해왔으며 부통령 후보인 J.D.밴스 상원의원도 17일 전당대회에서 “무임승차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은 현재 미국과 2026년 이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기 위한 제12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멕시코, 우크라이나도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때 미국과 경제 문제 등을 놓고 마찰을 빚었던 만큼 재집권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밴스 의원이 전대 연설에서 값싼 중국산 제품과 노동력이 미국의 일자리를 망치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 시민을 등에 업고 자국의 중산층을 구축하는 것을 막겠다”고 밝힌 점도 우려를 더한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무기 지원 중단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다른 서방 동맹국의 지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한편, 트럼프 진영에 줄을 대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는 그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멕시코는 불법 이민 단속 강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국에서 추방당할 수 있는 자국민 보호 방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NYT는 한국과 더불어 영국, 독일도 미국에 지속해서 의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믿음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헝가리,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환영하고 있다.

‘동유럽의 트럼프’로 불리며 그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지난 11일 플로리다 마러라고로 날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때부터 직접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을 반길 가능성이 높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1기 때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17일 공화당 전대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강조하는 발언이 나왔다.

다만 외교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가 첫 번째 임기 때도 예측 불가능한 면을 자주 보여왔으며, 공개적인 위협을 항상 실행에 옮기지는 않아 왔다는 점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뉴 유럽 센터’의 1차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지만, 올해 초에는 반대 의사를 누그러뜨려 지원안에 투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며 “그는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의 분석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격에도 집중하고 있다.

NYT는 2022년 총격으로 숨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특히 미국의 방위비 요구에 대한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능했다고 평가하며 이런 접근법을 활용하려는 국가가 이미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템플대 도쿄 캠퍼스의 제임스 브라운 교수는 “아베의 성공에서 배울 점이 많다. 아첨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이미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친정부 학자와 사업가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칭찬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이런 접근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