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라이프가 개발한 페트(PET) 소재 부표 ‘페트 에어셀 부표’ [씨라이프 제공] |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으로 불리는 ‘스티로폼 부표’. 연간 5000만개가 넘게 사용되는 국내 양식장 부표의 70% 이상을 스티로폼 부표가 차지한다. 정부는 2022년부터 스티로폼 부표의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규제를 통해 단계적으로 친환경 부표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스티로폼 부표를 대체할 친환경 부표 제조기업들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부력, 내구성 등 기능은 물론, 화학적 분해와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의 부표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씨라이프(대표 김영근·사진)는 친환경 플라스틱 부표를 개발·생산하는 국내 60여개 업체 가운데 원천기술과 국내외 특허를 가진 강소기업이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씨라이프는 플라스틱 사출성형을 통해 해상 양식장용 친환경 부표를 생산, 수협중앙회에 납품하고 있다.
2018년 자체 연구개발을 거쳐 생수병 등의 원재료인 페트(PET) 소재의 부표 ‘페트 에어셀 부표’를 개발했다. 기존 부표 대비 내구성은 2.5배 향상됐고, 에어셀이 부표 내부에 장착돼 외피가 파손돼도 물에 가라앉지 않는다.
에어셀을 통해 부표의 내부 압력을 조절할 수 있어 용도에 따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것도 강점이다. 이런 성능을 인정받아 해양수산부로부터 ‘어업용 부표 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김영근 씨라이프 대표는 “페트 에어셀 부표는 친환경 부표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며 “플라스틱 사용량, 폐기물 부피 절감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여준다. 화학적 분해를 통해 동일한 물성의 부표로 재탄생하기도 해 전 주기적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씨라이프는 이처럼 앞선 기술력의 친환경 부표를 개발했지만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국내시장 공급 확대와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과감한 설비투자에 나섰지만, 2020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수출길은 막혔고 국내 경기마저 침체되며 매출이 급감했다. 유동성 위기를 피할 수 없었던 씨라이프는 결국 그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을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재기의 의지를 다졌다. 채무액 일부를 현금으로 변제하는 회생을 진행하며 급한 불을 껐다. 이후 기술개발과 거래처 확보에 힘을 쏟았다. 이후 회생절차를 1년만에 종결할 수 있었다. 올 4월에는 기술보증기금의 ‘재도전 재기지원보증’ 사업 대상에 선정돼 본격적인 비즈니스 기반을 마련했다.
재기지원보증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춰 재기 가능성이 높은 재도전 기업인에 채무조정과 신규보증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대 30억원 한도에서 기존 채무의 75~90%까지 감면 또는 신규보증을 제공한다.
씨라이프는 이 사업을 통해 신규 생산설비를 확충, 본격적인 매출 실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3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는 두자릿 수 이상 성장한 실적이 기대된다.
기보 관계자는 “재기지원 정책은 기업 규모와 관계 없이 경영주의 재기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지원한다”며 “씨라이프는 회생절차를 통해 성실하게 분할상환 중인 기업에 대해서도 지원 보증을 해준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실패 기업들에도 사업재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