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난 18일 폐막한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 대해 외신들은 과거와 같은 획기적 개혁 조치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19일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국가 주석)가 과거 제시했던 노선에 대한 고수를 다시 한번 다짐하는 데 그쳤다는 설명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중전회가 큰 개선 조치들(overhauls)을 시사하지 않았다면서, 경제 안보와 기술 우위에 초점을 맞춘 국가 주도 개발 모델에 대한 시 주석의 비전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공개된 3중전회 결과 요약물인 공보문에는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력을 주도한다는 시 주석의 성장 이념 ‘신품질 생산력’(新質生産力)을 육성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특히 공보문에는 시장이나 소비자에게 더 많은 역할을 주기보다는 경제 발전의 중심에 있는 국가 위치를 강화하려는 시 주석의 의중이 담겨있는 것으로 WSJ은 분석했다.
공보문에 ‘견지’(堅持·고수하다)라는 단어가 17번이나 등장하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WSJ는 봤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은 WSJ과 인터뷰에서 “(공보문은) 오늘날 중국이 특히 직면한 경제 분야의 심각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설정한 접근법과 여정을 본질적으로 재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내 기술자 출신 관료들도 투자자들만큼 실망이 클 것”이라면서 “시 주석의 공산당 통제 강조는 가까운 미래 중국의 정치·사회적 안정을 보장하겠지만 경제 활력 회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보문이 자원 배분 효율성 극대화를 강조하긴 했지만, ‘시장의 결정적 역할’ 언급이 빠졌다는 점도 WSJ은 주목했다.
앞서 2013년 18기 3중전회는 시장이 경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한 자녀 정책도 완화했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하는 등 과거 3중전회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쳤던 점도 이번 3중전회와 대비된다.
다만 WSJ는 3중전회가 중국 경제가 마주한 문제를 인정하는 데 이례적으로 솔직함을 보인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거에는 일방적으로 당면 위험을 모호한 용어로만 언급한 반면 이번 공보문에는 부동산·지방정부 부채·은행 등 중점 영역 리스크를 예방·해소하는 각종 조치를 잘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중국이 당면한 ‘복합 리스크’에 칼을 빼 들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경제의 당면 문제인 수요 확대나 부동산 침체를 억제하기 위한 주요 조치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를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품질 발전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 건설하는 중요한 과업’이라는 공보문 문장을 인용하면서 선진적 제조공업을 활용해 성장을 창출하겠다는 시 주석의 계획을 고수하겠다는 점을 중국이 시사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제조업 집중은 중국 수출 증가가 미국과 유럽연합의 새 관세 부과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역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성균중국연구소도 3중전회 분석 특별 리포트에서 “미래지향적인 의제 설정보다는 보수적인 경제 관리와 현상 유지에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증시 반응도 좋은 편이 아니다. 중국 본토 증시 대표 주가지수 CSI300 지수는 3중전회 폐막 다음날인 이날 오전 2.3% 빠졌다가 오후 들어 반등해 소폭 상승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의견을 취합한 결과 글로벌 투자사들도 3중전회 결과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 모습이다. JP모건 앤드리아 양 분석가는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성장 모델을 추구하는 데 있어 정책 입안자들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