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형욱 SK E&S 대표이사가 2021년 취임 첫해 '2025년 기업가치 35조' 달성 목표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SK E&S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은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과 관련해 SK측과 긍정적인 결론을 두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 이로써 양사 합병의 핵심 전제인 ‘SK E&S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소멸’ 조건은 충족될 개연성이 생겼다. 양측은 RCPS를 제거하는 구체적인 방식과 관련해 합병 시점인 올 11월까지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KKR은 현재 키스 김(Keith Kim, 김양한) 대표가 포트폴리오 관리를 총괄한다. 김 대표는 2019년 KKR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프라 투자 담당자로 합류한 이후 투자 성과를 인정 받아 지난해 파트너로 승진했다. 현재 태영그룹과 함께 에코비트 매각도 지휘하고 있다.
SK E&S의 RCPS는 2021년과 2022년 두 해에 걸쳐 발행됐다. 미상환 잔액은 3조1350억원으로 모두 KKR이 인수해 보유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에 특화된 KKR은 당초 보통주 전환을 통한 의결권 확보보다는 일정 시점 이후 ‘상환’을 목표로 SK E&S에 재무적투자자(FI)로 합류했다.
KKR은 투자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상환을 위한 장치를 촘촘하게 설계했다. SK E&S로부터 도시가스 사업 자산을 현물로 상환 받거나 최대 9.5%의 내부수익률(IRR)을 보장 받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조건을 확보했다. 현물상환 자산으로는 ▷강원도시가스 ▷영남에너지서비스 ▷코원에너지서비스 ▷부산도시가스 ▷전북에너지서비스 ▷전남도시가스 ▷충청에너지서비스 등 7곳의 지분이 설정됐다.
RCPS의 조기상환권 효력은 2026년 11월에 시작되지만 SK E&S가 SK이노베이션에 흡수합병을 추진하면서 일찌감치 부각됐다. KKR이 양사 합병에 반대할 경우 SK E&S는 RCPS를 상환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KR이 상환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두면서 SK 측은 한시름 덜어낸 상황이다.
KKR은 SK E&S 파트너로서 당초 RCPS의 발행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다면 일정 시점까지 지켜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 기간이 이제 3년을 채워가고 있으며 약속된 상환 시점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다.
물론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 이후 투자 자산의 성격이 바뀌는 점은 KKR 입장에서 부담 요소다. 에너지, 인프라 회사였던 SK E&S가 SK이노베이션을 통해 '석유화학' 정체성이 더해지는 만큼 KKR의 투자 취지에 부합하진 않다. SK 측은 KKR을 최종 설득하려면 자산 성격 전환에 대한 우려를 하고 투자금 상환 가능성을 확실히 입증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SK E&S는 KKR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당시 ▷재생에너지 ▷수소 ▷에너지솔루션 ▷저탄소 LNG 등 핵심 사업에 적극 투자해 2025년까지 기업가치 35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SK이노베이션과 합병이 이뤄지면 자산 규모는 100조원대로 증가하고 사업 다각화에 힘입어 기업가치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합병 후 시너지가 날 경우 KKR 역시 배당 등을 통한 투자 수익 확대가 가능하다.
KKR 투자 이후 SK E&S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투자 첫해 7조원대였던 연결 매출액은 지난해 11조원대로 점프했다. 같은 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7300억원 가까이 증가해 지난해 1조8628억원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