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창립 115주년 총회에서 연설 도중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NAACP는 미국 내 인종차별을 종식하고 흑인 유권자 입지를 넓히기 위한 단체다.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직을 부추기는 민주당 원로들에게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 의원이 30명을 넘어선 가운데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들마저 등을 돌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가 약화되자 대선에서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트럼프 후보 측은 사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화가 난 민주당 원로들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다.
펠로시 전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우군으로 꼽힌다. 지난달 27일 첫 대선 TV 토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바이든 대통령을 지켜온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지지율 하락을 들어 중도 사퇴를 설득하는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을 끝까지 완주하면, 11월 5일 같은날 열리는 상하원 선거에서도 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오바마 전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은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지지를 함께 호소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침묵이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입지를 약화시키는 태도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운명을 고대 로마의 정치가 율리우스 카이사르에 비유되는 중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바이든 선거캠프의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상황에 대해 "30년, 40년 알고 지낸 사람들이 그를 앞과 뒤에서 찌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도 보좌관들에게 이런 분위기를 두고 "상처받고 배신감을 느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론이 정해졌고,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거부 입장을 재차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투표소에서 트럼프를 이길 수 있고 이길 것"이라며 "내주 선거운동에 복귀하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바이든의 사퇴 거부로 민주당 내 내홍도 불거지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공개적으로는 바이든 대통령과 선대위 모두 물러서지 않고 있다"면서서도 "내부적으로는 사퇴 요구에 한층 심각하게 귀를 기울이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입지가 약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후보 측은 사퇴 반대를 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해야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판단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