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서 채상병 1주기 추모 행사…특검법 통과 촉구

1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된 ‘채상병 1주기 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서울 도심 곳곳에서 수해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의 순직 1주기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19일 오후 6시30분께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는 추모 촛불 문화제가 진행됐다.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이 주최하고 군인권센터·군 사망사건 유가족이 공동 주관한 이 행사에는 약 700여명이 참석해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2014년 군내 가혹행위로 숨진 고(故)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 씨는 개회사에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리를 헤매며 같은 이야기를 외칠 수밖에 없는 애타는 마음으로 고 채 상병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이어 “제가 만났던 수많은 군인의 죽음 중에 어쩔 수 없었던 죽음은 없었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라며 “매번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걸 안 하니 반복되는 것”이라며 특검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여전히 군에서는 병사들이 3일에 한 번꼴로 죽고 있다. 지휘관들은 이를 지켜내지 못하고 대통령도 군 통수권자로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며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 당시 채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생존한 한 병사의 편지를 대독했다. 이 병사는 편지에서 “뉴스를 접할 때마다 그게 나였다면 누굴 원망했을까, 혹시 구하지 못한 나의 책임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미안한 마음으로 명복을 빈다”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이어 수사에 나섰던 경북경찰청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예상했던 결과지만 허탈하고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며 “상황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제 작은 용기로 전했던 진실을 호소하는 이야기에 여러분이 응답해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오후 6시께부터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는 정의자유해병연대와 해병대예비역연대가 주관한 시민 추모제가 열려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의 추모 예식이 치러졌다. 오후 7시께부터는 용산역 앞 광장에서 기독교시국행동이 주최한 채상병 1주기 추모와 특검 촉구를 위한 기도회가 진행됐다.

단체 측은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상처를 싸매기 위한 첫걸음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이는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며 특검법 재의결과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앞서 오전에도 중구 청계광장 시민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의 추모식이 거행됐다.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최고 권력 앞에 번번이 틀어막히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해병대답게 안 되면 될 때까지 싸워가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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