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관세 올리고 감세’…글로벌 인플레 ‘폭풍전야’[트럼프 트레이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열린 밴앤델 아레나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는 최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 밴스 상원의원과의 첫 합동 행사이자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이후 처음이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을 되살려 해외에 뺏긴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려 놓겠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을 전격 수락하면서 ‘트럼프 2.0’ 비전을 제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내적으로 통합을, 대외적으론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이러한 일환으로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을 확대할 것이며 이를 위해 중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물가 상승을 뜻하는 ‘트럼플레이션(Trump와 inflation의 합성어)가 다시금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율 관세와 감세 정책이 미국 재정 적자와 세계 무역에 타격을 입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으로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관세·감세, 반이민 정책, 인플레이션 자극할 수도”=미국 CBS 방송은 ‘트럼프노믹스’를 뒷받침하는 관세와 감세, 반이민 정책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월스트리트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인용해 전했다. 매체는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가 결국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비용을 증가시킬 것으로 본다”며 “법인세 인하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민자 추방에 대해 저임금 노동력 공급을 줄여 고용주들로 하여금 고임금을 지불하도록 유도해 또 다른 가격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CBS 머니워치에 전했다.

이와 관련,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애널리틱가 지난 6월 공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인플레이션이 올해 3.0%에서 2025년 3.6%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티이미지뱅크]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금값 상승=실제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제 금 가격온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지난 1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금 선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2488.4달러까지 상승, 1년 전보다 26% 뛰었다. 역대 최고치다.

이는 ‘트럼프노믹스 2.0’이 내세우는 관세 확대확장 재정 등 정책이 경제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만큼 안전자산 수요가 커졌고, 이에 대한 헤지(hedge방지) 수단으로 금 가격이 요동친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이 미국 재정적자와 지정학적 긴장을 키워 인플레이션 압력과 안전자산 매력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오는 9월 금리를 이하할 것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향후 추가 금리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후보가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밴앤델 아레나에서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미국 상원의원(사진)과 첫 공개 유세를 하고 있다. [AFP]

▶‘아메리칸 퍼스트’…중국車에 200% 관세 시사=이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 2.0’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대규모 감세와 규제 철폐, 전기차 의무 명령 폐지 등 그간 내세워온 주요 공약을 거듭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를 비판하며 이 같은 정책들을 모조리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자동차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기 위해 멕시코에 대규모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다”며 “미국에서 만들지 않으면 자동차마다 100%에서 2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멕시코는 지난 2018년 미국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맺었다. 이 협정을 통해 멕시코는 무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를 ‘우회 수출 경로’로 삼아 현지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원유 등 에너지 생산을 늘리겠다면서 “에너지를 우리 자신에게 공급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규모의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오랫동안 우리를 이용해왔다. ‘우리의 동맹’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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