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유력’ 해리스는 대북원칙론자…트럼프와 대조돼[바이든 사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한반도 정책과 관련, 대북 원칙론자의 면모를 보여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 비해 외교 분야 경력이 많다. 중앙정치 무대로 뛰어들기 전까지 검찰에 몸담으며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까지 올라간 데서 보듯 그의 이력은 주로 법 집행 분야에 걸쳐 있다. 그 어느 현직 정치인보다 외교 문제에 ‘베테랑’인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정권을 이끌어가는 동안 해리스 부통령의 역할에서 외교 분야는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일부 정상외교 일정을 대신 소화하긴 했지만, 대외전략 수립에 해리스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는 그다지 들리지 않는다. 부통령으로서 외교·안보 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와 거의 일치된 행보를 보이면서, 비교적 일관된 목소리를 내왔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법 집행 분야에 몸담으며 평생 불법행위와 싸워온 이력, 미국 사회 마이너리티(인도계·흑인)로서 인권 문제를 중시해온 성향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외교 문제 대응에까지 투영된 듯했다.

‘위법자’와 ‘인권 침해자’에 대해선 강경한 기조를 견지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해리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상원의원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유화 행보를 보이는 것을 비판했고, 북한 핵위협에 충분히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9년 8월 미국외교협회(CFR)가 당시 민주당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기 프로그램을 일부 해체하는 대가로 부분적 제재 완화 합의문에 서명할 것인가’라고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 그의 대북 기조를 잘 말해준다.

당시 해리스 부통령은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러브레터를 교환하진 않겠다는 점을 보장하겠다는 말부터 시작하겠다”고 적은 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실질적 양보도 담보하지 못한 채 김정은에게 홍보의 승리를 안겨줬다. 그래서 다음 대통령은 할 일이 심각할 것”이라고 썼다.

또 “궁극적으로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써 인정할 수 없다”며 “그러나 단순히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실패하는 방법임이 분명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22년 9월 부통령으로서 방한했을 당시에는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에는 악랄한 독재정권,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 인권 침해가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CBS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 있어 우리는 매우 분명하고 일치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탄약 공급을 “큰 실수”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경력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고 대선에서까지 승리한다면 현재의 한미동맹 중시,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 대북 억지력 강화 기조 등을 거의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재차 시도할 뜻을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북정책 면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다른 외교 이슈에서도 그는 법과 인권을 강조하는 원칙론자였다.

상원의원 시절 홍콩에 대한 중국의 민주주의 및 자치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홍콩 당국자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마코 루비오(플로리다·공화) 상원의원과 함께 초당적으로 발의했고, ‘(중국) 위구르자치구 인권 정책 법안’, 미얀마 인권 증진 법안 등에 참여했다.

부통령 재임 중이던 2022년 9월 대만의 자체 방어력 확보를 기존 미국 정책에 근거해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로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필리핀 선박을 위협한 데 대한 비판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서 해리스 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이 좀 더 강경하게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2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개별 국가로 병존하는 해법)을 지지하는 등 기본적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기조를 같이 해왔지만 가자지구로 가는 인도적 지원 흐름에 대한 이스라엘의 방해에는 더 비판적이었고, 휴전 촉구 면에서는 개전 이후부터 신속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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