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혼돈에 빠진 미국 대선…100여일 앞두고 ‘리셋’

TV토론 이후 사퇴 압박을 받아온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차기 백악관의 주인을 뽑는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 직후 백악관 앞으로 몰려든 지지자의 모습 [AP]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이 11월 대선을 107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절차만 남겨둔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공식 포기하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게 됐다.

지난달 말 첫 TV토론 이후 고령 문제로 사퇴 압박을 받던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결단으로 민주당이 새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전현직 리턴 매치’가 불발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 후보로 지지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내 이른바 대타 후보들이 50대인 상황에서 79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에 초점을 맞췄던 선거운동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민주당도 수주 내에 잡음 없이 새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를 선출해 내는 동시에 당내 통합을 달성하면서 그동안 내홍으로 이탈한 지지층을 다시 결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성명을 올리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내로 국민에게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과반 대의원을 확보해 당의 공식적인 후보 선출 절차만을 남겨 놓은 가운데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앞서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1968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선언했다가 당내 경선 초기인 같은 해 3월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공식 절차만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포기로 단임 대통령으로 50여년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게 됐다. 미국에서 연임에 실패한 대통령은 이번에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H.W 부시·지미 카터·제럴드 포드·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 등이 있다.

민주당은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새 후보를 선출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돌입했다. 당초 민주당은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다음 달 초 온라인으로 미리 후보 선출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강한 압박에 집권 2기를 위한 선거운동을 포기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막을 새 후보를 찾는 노력 속에 대선 구도가 뒤집히게 됐다”고 짚었다.

교체 후보로는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해리스 부통령이 꼽힌다. 흑인·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인물인데다 기존 대선 선거자금 및 조직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미 해리슨 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11월에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투명하고 질서 있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글을 통해 “오늘 나는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라면서 “민주당 당원 여러분, 이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 트럼프를 이겨야 할 때다. 해봅시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이 사퇴하자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을 작심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처음부터 그곳(백악관)에 있어서는 안 됐던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선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선캠프도 성명을 내고 “해리스는 그동안 부패한 바이든의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며 “해리스는 미국 국민에게 바이든 보다 훨씬 나쁜 선택이 될 것”이라 공격했다.

하지만 일부 여론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설 수 있다는 조사도 있어 승승장구하는 트럼프에 변수가 될 수 있다. 9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벤딕슨앤아만디(Bendixen & Amandi)에 의뢰해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42% 대 41%로 꺾었다. 해당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트럼프에 42% 대 43%로 뒤쳐졌다.

반대로 해리스가 트럼프에 대항하기에는 ‘부족한 카드’라는 여론도 존재한다. 미국 여론조사매체 유거브가 트럼프 피격 사건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리스는 트럼프에게 39% 대 44%를 패배할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41% 대 43%로 해리스보다 참패할 가능성이 낮았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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