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사퇴 후 690억 쏟아졌다…또 박빙된 美 대선 ‘쩐의 전쟁’ [디브리핑]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한다고 발표하면서 신문 1면에 관련 소식이 담겼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하차한 후 민주당에 기록적인 후원금이 쏟아졌다. ‘바이든 리스크’가 사라지자 민주당 큰 손 지지자들이 거액 후원금을 예고하면서 주춤했던 민주당 후원금 모금이 탄력을 받고 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우세로 끝나는 듯 했던 ‘쩐의 전쟁’도 재점화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민주당 후원금 플랫폼인 ‘액트블루’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를 발표한 후 10시간만에 4670만달러(약 694억원)에 달하는 후원금이 모였다고 밝혔다.

액트블루는 X(엑스·옛 트위터)에 “2024년 하루치 모금액 중 가장 큰 금액”이라며 주로 소액 기부자들이 후원을 했다고 전했다. 케네스 페닝턴 민주당 디지털 전략 담당은 “민주당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금 순간이 될 지도 모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에 성명을 올리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내로 국민에게 자세한 내용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사퇴 효과’ 시간당 150억 몰려
21일(현지시간) 대선후보직 사퇴 의사를 전격 표명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받은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 [로이터]

교체 후보로는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유력하다.

바이든이 성명을 내놓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민주당에 모인 기부금은 시간당 평균 20만달러(약 2억 7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 바이든이 사퇴를 발표하자 1시간 만에 1150만달러(약 159억 6200만원)로 급증했다. 액트블루에 모인 기부금은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당적을 둔 상·하원 후보에 들어온 기부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하루동안 5000만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모은 건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2020년 9월 성차별을 없애고 소수자 권리 증진에 애쓴 루스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 사망한 다음 날 민주당에는 7350만 달러의 후원금이 몰렸다. 뉴욕타임스(NYT)는 “기부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민주당이 지난 한달 동안 정치적 내분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경쟁에서 지지 부진했던 상황을 회복하고자 하는 가운데 이뤄졌다”며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캠프에는 다시 비상이 걸렸다. 바이든 캠프와 트럼프 캠프는 올해 초부터 후원금 규모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등 박빙 대결을 이어오고 있었다.

특히 최근 트럼프 유죄 판결, TV 토론 등 파급력이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선 후보들의 후원금이 쏟아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공화당 모금을 관리하는 ‘윈레드’에 따르면 트럼프 유죄판결이 있었던 지난 5월 30일부터 24시간동안 6900만달러라는 경이로운 금액이 모인 것으로 조사했다. 경쟁 상대인 민주당에는 같은 기간 1920만달러를 모금했다. 반대로 바이든 사퇴론이 거세졌던 첫 TV 토론 후 이틀간 민주당은 2800만달러를 모금했다.

다시 지갑 여는 민주당 큰손들 “해리스 지원 준비됐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파이서브 포럼에서 18일(현지시간)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후보직 수락연설이 끝나자 천장에서 10만여개의 풍선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6월 말부터는 바이든의 돈줄이 막히면서 민주당에게 불리한 상황이 됐다. ‘트럼프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공화당은 1억2700만달러를 모았고, 민주당은 1억1200만달러를 모으며 올해 초와 달리 공화당이 후원금 경쟁에서도 민주당을 추월했다. 여기에 바이든 사퇴론에 앞장선 핵심 후원자들이 바이든 캠프를 후원하는 슈퍼팩 9000만달러(약 1240억원)을 동결하겠다고 밝히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후보 사퇴로 변수가 생기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 후원금 경쟁은 또 다시 치열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사퇴가 발표되자마자 IT 플랫폼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만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리스는 적절한 시기에 등장한 적절한 사람”이라고 지지를 표명했다. 호프만은 바이든 캠프에 8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민주당 고액 후원자다. 다른 민주당 고액 후원자 해나 링컨 호커도 바이든 사퇴 후 “기부자들은 그녀(해리스)를 지원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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