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참여연대에서 열린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근로자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해주고, 사업주에 돌려받지 못한 ‘대지급금’ 미회수액이 지난해 3조3300억원 가까이 늘었다. 특히 이 가운데 4년 넘게 받지 못한 채권인 42.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3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부가 체불임금을 대신 지급했다 회수하지 못한 미수납채권은 3조3298억원(누적)에 달한다. 이 가운데 4년을 경과한 채권이 42.0%(1조3986억여원)다. 제도 개편으로 지급 절차가 간소화된 간이 대지급금의 누적회수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이 예정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지급금 지급 사업비 규모는 2019년 4598억여원에서 2023년 6869억여원으로 최근 5년 간 49.4%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기준 누적징수결정액 6조9240억여원 중 회수금액은 2조1394억여원으로 30.9%에 그쳤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변제금 누적회수율이 9.9% 하락한 반면, 미회수액규모는 같은 기간 62.7% 증가했다.
대지급금 미회수율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재정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채권보장기금은 사업주의 대지급금 변제금 및 부담금과 기금운용 수익금 등으로 조성되는데, 2023년 기준 1750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탓에 보다 강력한 회수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정처는 “간이 대지급금의 지급대상 확대, 지급절차 간소화 등으로 인해 2018년 대지급금 지급액의 49.9% 수준이었던 간이 대지급금 비중이 2023년에는 94.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대지급금 누적회수율 하락 추이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고용부는 융자금 미상환금 회수실적 제고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지급금 제도는 정부가 도산한 회사를 대신해 체불임금을 일단 지급하는 제도로, 크게 기업이 파산하거나 도산한 경우 청구할 수 있는 ‘도산 대지급금’과 도산 여부에 관계 없이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아 청구할 수 있는 ‘간이 대지급금’으로 나뉜다. 지난 2021년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으로 법원 판결이 없더라도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급한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로 대지급금 지급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가 간소화됐고, 간이 대지급금 지급대상도 재직자로 확대하는 제도 개편이 이뤄졌다.
한편 올 1~5월 임금체불액은 9047억원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에는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1조7845억원을 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