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초연결 사회의 ‘역습’…MS ‘블랙아웃’ 대란 국내기업도 진땀

마이크로소프트 [AP]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불과 1% 윈도 PC 먹통으로 글로벌 대란”

그야말로 초연결 시대의 ‘역습’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PC의 단 1%에서 발생한 먹통으로 전세계 금융, 항공, 미디어, 행정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셧다운’이 발생했다. 국내는 큰 피해는 빗겨갔지만 일부 국내 기업이 복구에 진땀을 뺏다.

ICT로 고도화된 현대사회에서 이른바 ‘사이버 정전’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경각심도 불러 일으켰다. IT 인프라 사용률이 어느 국가보다 높은 한국 역시, 결코 안전 지대가 아니다. 이중, 삼중의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22일 ICT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세계를 덮친 IT 대란으로 국내에서도 기업 10곳이 일부 장애를 겪었다. 게임사 2곳과 저가 항공사 등이다.

관련 시스템이 ‘올스톱’된 해외 상황과 비교해 피해가 적은 편이었으나 영향권에 든 일부 국내 기업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펄어비스는 오류가 발생한 날 오후 게임 '검은사막' 서버를 긴급 점검하고 약 3시간 만에 복구를 완료했다. 그라비티도 문제가 접속 장애가 발생한 당일 점검을 마치고 시스템을 복구했다. 일부 운영 차질을 빚었던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저가 항공사들도 약 12시간 만에 시스템을 복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오류로 일부 저가항공사들의 발권·예약 시스템이 마비된 지난 19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출발층 이스타항공 발권카운터가 발권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자칫 대규모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국내 통신사, 포털, 데이터센터 등은 다행히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한국이 이번 대란의 영향권에서 다소 빗겨갈 수 있었던 이유는 문제가 된 MS 애저의 의존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클라우드 서비스는 아마존웹서비스(AWS)로, 이용률이 60.2%다. 반면 MS 애저는 24% 수준에 그친다.

국내 공공, 금융기관에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망 분리 조항 등 국내 상황에 맞는 보안인증(CSAP)를 받아야 하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까지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중 이를 통과한 곳은 없다. 망 분리는 장애 시 주요 서비스 서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핵심 서비스와 외부의 망을 엄격하게 분리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AFP]

MS발 대란은 피했지만, 이같은 사이버 정전 사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진다. MS가 아닌, 국내 점유율이 높은 AWS에서 유사한 문제가 나타났다면 국내 역시 대규모 혼란이 이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는 AWS 서비스 장애로 쿠팡, 마켓컬리, 배달의민족, 야놀자, 삼성전자 빅스비 등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시스템 인프라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빨라지고 있는 만큼,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 제도적인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서비스 수준 협약(SLA, Service-Level Agreement)’을 고도화 시키는 것이 대표적이다. SLA는 서비스 사업자와 사용자가 서비스 성능, 복구, 가용성 등을 정하는 협약이다. 구체적인 성능을 기준으로 이용환경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ICT 업계 관계자는 “IT서비스의 장애가, 일상을 멈추는 대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몇 번의 사례로 우리도 경험했다”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이중, 삼중의 대응책 고심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MS의 이번 장애는 보안 플랫폼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배포한 업데이트 패치가 MS 윈도 운영체제(OS)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MS는 850만대의 윈도 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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