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도 예외없다” 더 세진 트럼프 청구서

지난달 26일 강원 철원군 심일훈련장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령부·합동참모본부·주한미군사령부 연합 의무지원 야외기동훈련(FTX)에서 육군 6사단과 미 2사단, 한미연합사단 의무요원들이 부상자 응급처치를 실시하고 있는 모습 [연합]

“우리는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 의해 이용당해 왔다. 이런 나라들이 소위 동맹국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동차 산업 보호를 말하면서 동맹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드러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할 경우 1기 때처럼 아시아나 유럽 등 방위비 문제에 있어서 고강도 인상 압박이 있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앞서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도 대만에 방위비 청구서를 들이밀겠다고 예고했다. ‘중국을 상대로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만은 방어를 위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보험회사에 돈을 내듯 방위비 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 지원으로)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고, 이젠 보조금까지 가져가려 한다”면서 방위비와 반도체기업 TSMC를 묶어 거론했다. 당시 한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미국에서 받게 될 보조금에도 같은 말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로 불리는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주재 미국 대사도 18일 한 포럼 외신 기자회견에서 “정당한 몫을 지불하지 않는 국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관련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으나 방위비 분담 문제에 있어서 ‘미국 우선주의’ 원칙은 매우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J.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역시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더 이상 무임승차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동맹국이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한 부담을 나누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넘게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재선에 성공하면 이런 실적이 자칫 한국을 향한 무역 압박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미 트럼프 캠프는 미국의 무역 적자 원인으로 한국·일본·유럽·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지목하면서 미국의 주요 타깃 무역 적자국에 한국이 오를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균 3%대인 미국의 관세율을 10%까지 끌어올리는 보편적 기본 관세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미국이 보편 관세 10%를 한국에도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이 152억달러(약 21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캠프가 강조하는 자국 내 공급망 구축을 위한 ‘온쇼어링(on-shoring·해외 공장 자국 내 유치)’ 정책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도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정부 관계자는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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