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러브레터’ 없다는 해리스…바이든 대북정책 계승할 듯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022년 10월 경기 파주시 판문점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유력한 민주당 대선후보로 부상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집권한다면 현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대부분 계승할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국내 정치에 집중할 경우 대북 정책 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2019년 미국외교협회(CRF)가 당시 민주당 대선주자를 대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기 프로그램을 일부 해체하는 대가로 대북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해 주는 합의문에 서명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나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교환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하겠다”면서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실질적 양보도 담보하지 못한 채 김정은에게 홍보의 승리를 안겨줬다”고 평가절하했다.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은 내가 돌아오기를 바랄 것이고, 그가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며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고 북미 대화 과정에서 북한의 도발이 없었다는 점을 성과로 꼽는 것과 정반대의 인식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2년 9월 단독 방한 당시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을 때도 “북한에는 악랄한 독재정권,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 인권침해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실패하는 방법임이 분명하다”며 외교적 공간을 열어두었다.

이러한 기조를 볼 때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대부분 계승할 전망이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고 대북 억지력 강화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 NBC는 “해리스가 대북, 대러 정책 등 외교 문제에서 바이든의 노선을 상당 부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전통적 동맹들은 해리스가 바이든의 후계자가 된다면 가장 안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36년간 상원의원 중 8년간 상원 외교위원장을 역임해 외교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던 반면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은 집권시 이민자 문제 등 국내 정치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북핵 외교동력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끄는 돌풍과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후보 사퇴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에 빠질 우려가 나오면서 한미 양자 관계 현안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년 1월 제47대 대통령에 누가 취임하든 현재 진행 중인 핵협의그룹(NCG) 제도화 및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판문각에서 방호복을 입은 북한 군인들이 판문점을 찾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23일 미 대선과 관련해 첫 언급을 내놨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미(북미) 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속내는 연일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다. 통신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수뇌(정상)들 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들에도 반영하려고 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긍정적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며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금처럼 핵전략자산을 때 없이 들이밀고 첨단 무장장비들을 증강하며 핵작전 운용까지 예견한 빈번한 침략전쟁 시연회들을 광란적으로 벌리면서 그 무슨 대화요, 협상을 말해봐야 우리가 믿을 수 있겠는가”며 “미국은 조미 대결사의 득과 실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고 앞으로 옳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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