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이중섭 근현대 미술품도…‘해외 판매’ 가능해진다

이중섭의 1950년대 작품 ‘꽃나무 가지에 앉은 새’. 2020년 홍콩 경매로 출품되려고 했던 이 작품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국외 반출 불가 결정을 내렸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 국내 주요 갤러리 중 하나인 학고재가 지난해 9월 영국에서 열린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마스터스’에 고(故) 곽인식 작가의 1962년 작품을 판매하려다 끝내 포기했다. 당시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은 이 작품에 대해 국외 반출 불가 결정을 내렸다. 예술적으로나 학술적으로 가치는 물론 희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조치였지만, 세계적인 관심과 수요 속에 ‘K-미술’의 세계화를 발목 잡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가유산청이 국외 반출 불가를 결정한 이 작품이 이제는 국외로 나갈 수 있게 됐다. 해방 이후 작가들이 만든 국내 근현대 미술품을 별도 허가 없이 자유롭게 해외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다.

1946년 이후 제작된 작품을 ‘일반동산문화유산’에서 제외해 별도 허가 없이 국외 반출과 수출이 가능하도록 개정된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23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곽인식의 1962년 작품 ‘62-602’. 지난해 9월 국가유산청은 이 작품에 대해 국외 반출 불가 결정을 내렸다. [학고재]

한국의 근현대 작품이 세계 시장에서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거래되고, 해외 미술관의 한국실이 소장품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환기(1913~1974), 박수근(1914~1965), 이중섭(1916~1956), 유영국(1916~2002), 박서보(1931~2023), 이우환(88) 등을 비롯한 한국 거장의 작품이 규제 없이 국경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한국의 주요한 근현대 미술품은 일반동산문화유산으로 분류됐다. 제작된 후 50년 이상이 지난 문화유산 가운데 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니며 희소성·명확성·특이성·시대성 등이 충족되면 일반동산문화유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일반동산문화유산은 원칙적으로 국외 반출이 금지다. 국외 전시 등 국제적 문화교류의 목적에 한해 국가유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반출이나 수출이 가능하다.

미술계에서는 이 때문에 해외 아트페어 참가나 해외 미술관의 작품 구입 등을 제한한다며 비현실적인 미술품 반출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실제로 고령의 생존 작가가 젊은 시절 만든 작품들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일반동산문화유산의 제작연대 기준을 기존의 ‘제작된 후 50년 이상’에서 ‘1945년 이전 제작’으로 변경했다. 국가유산청 측은 “지난해 연구 용역을 벌인 결과 해방 이후 작품 수가 많이 늘어나 틀을 갖춘 미술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고, 전업 작가 등장 등도 고려해 기준점을 1946년으로 설정했다”며 “한국미술유산을 널리 알리고 해외시장에서 경쟁력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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