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KB금융그룹이 상반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보상 여파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계열사의 선전에 힘입어 3조원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했다. 견조한 이익체력을 재확인한 KB금융은 4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3일 KB금융이 발표한 상반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7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다. 이는 1분기 중 발생했던 ELS 손실 보상 관련 대규모 비용 때문이다. 2분기 당기순이익만 보면 1조7324억원으로 전기 대비 65.1%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에는 비은행 부문의 기여가 컸다. 상반기 중 KB손해보험(5720억원), KB증권(3761억원), KB국민카드(2667억원)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지난해 상반기 41%에서 49%로 확대된 것이다.
여기에 2분기 중 은행 대손충당금 440억원 환입, ELS 고객 보상 충당부채 880억원 환입 등 일회성 요인도 있었다. 김재관 KB금융 재무담당 부사장(CFO)은 “ELS 손실비용 환입 및 대손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이익을 제외한 그룹의 경상적 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6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수익성을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0.78%를 기록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따른 핵심이익 성장이 지속되며 ELS 손실 보상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ROE는 12.26%를 나타냈다. 그룹과 은행의 2분기 순이자마진(NIM)은 2.10%, 1.85%로 전분기 대비 각각 0.03%포인트 하락했다. 예·대 스프레드 축소 및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자산순익률 감소 영향이다.
경영효율성 지표인 영업이익경비율(CIR)은 36.4%로 40%선 아래로 하향 안정화됐다. 경기 둔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에 대비한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로 인해 대손충당금전입비율(CCR)은 전분기 대비 소폭 상승한 0.40%를 기록했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BIS비율과 CET1비율은 6월 말 현재 각각 16.63%, 13.59%로 상승하며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실적 발표에 앞서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과 함께 주당배금을 1분기(784원)보다 상향한 791억원으로 결의했다. 올 2월 3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이어 연내 4000억원 규모로 추가 매입·소각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고자 하는 이사회와 경영진의 의지를 다시 한 번 표명한 것”이라며 “올해 총 72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게 되며, 매크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어려운 경영환경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자본력과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에 기반해 일관되고 차별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계열사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50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0% 감소했다. ELS 손실비용 영향이 사라진 2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116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86.6% 급증했다. 6월 말 기준 연체율은 0.28%, 부실채권(NPL)비율은 0.37%로 전분기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안정적 수준을 보였다.
KB손해보험은 1분기 미보고발생손해액(IBNR) 준비금 환입 기저효과로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기 대비 4.2% 감소한 2798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전체로는 8.9% 증가한 57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보였다.
KB증권은 상반기 37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합병 이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트레이딩과 브로커리지 관련 영업이익이 증가한 데다, 지난해 해외 대체투자 관련 일회성 손실 인식의 기저효과 등이 작용했다.
김 부사장은 “하반기에도 그간 지속해온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와 다각화된 그룹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체력을 유지하는 등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