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이후든, 취업 이후든…어차피 치킨집?”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졸업하고 바로 치킨집을 차리느냐, 취업했다가 치킨집을 차리느냐”

한때 농담처럼 유행한 말이지만,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국은 너도나도 생계형 창업 시장에 뛰어들며, 경제활동인구 4명 중 1명이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른바 ‘자영업 공화국’이다. 문제는 이같은 구조가 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국가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경우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는 특성을 가졌다. 임금근로 대신 자영업을 택하는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높은 데다,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시작하는 ‘빚투형 창업’의 비중이 적지 않다. 주목할 점은 적지 않은 폐업 자영업자에도 불구하고, 준비되지 않은 신규 자영업자가 끊임없이 등장하며 이같은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국내 근로자 2808만9000명 가운데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 수는 658만8000명으로 전체 23.5%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5%)과 비교해 9%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선진국에 해당하는 미국(6.6%), 일본(9.6%), 독일(8.7%) 등과 비교해서도 많게는 4배가량 높은 상황이다.

높은 자영업 비중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 중 하나로 분류된다. 자영업자의 경우 소득 및 고용 안정성이 낮고, 경기 변동에 따른 민감도가 크다. 산업 발전으로 경제 상황이 안정적인 선진국일수록 임금근로자 비율이 높은 이유다. 우리나라와 자영업 비중이 유사한 곳은 코스타리카(26.5%), 칠레(24.8%), 튀르키예(30.2%) 등 개발도상국에 해당한다.

심지어 한국의 자영업 창업은 여타 국가에 비해 유독 ‘생계형 창업’의 비중이 높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소상공인 경영실태 및 정책과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소상공인 89%가 ‘생계형 창업(취업이 어려움, 노후 대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업, 외식업 등이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생계형 창업의 경우 경기 변동에 민감한 특성이 있다.

코로나19 확산은 이같은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2020년 이후 자영업자들의 매출 감소가 급격히 커지자, 정부는 이들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대한 규모의 현금성 지원을 단행한 일본·미국 등과는 달리, 추가적인 대출을 제공하는 등의 간접적 금융 지원 정책이 주를 이뤘다. 이에 따라 자영업 부채 규모는 빠른 속도로 불었다.

당시 재정 여력 유무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뒤따른다. 하지만 60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 규모 탓에, 타 선진국과 비교해 직접 지원에 어려움이 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유혜미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대부분이 생산성이 낮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몰려있다 보니, 코로나19와 같은 경기 변동에 따른 타격을 받는 비중도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 경우 정부 지원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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