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관 닮은 ‘음향센서’…차량 소음 위험신호 알려준다

생체 기저막과 인공 기저막의 비교 그림.[고려대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영화 속 초능력자처럼 고감도의 청력을 가지면서도 위험신호만 골라서 감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실제 귓속 달팽이관을 정밀하게 모사해 특정 소리를 검출할 수 있는 인공 음향센서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고려대 한창수 교수 연구팀이 사람의 달팽이관이 소리를 인지하는 과정을 모사해 주파수 분리-검출이 가능한 무전원, 다채널의 차세대 음향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람의 청각기관 중 달팽이관은 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해 소리의 진동(주파수)을 전기신호로 바꾸고 뇌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나선형으로 감겨진 달팽이관을 펼쳐보면 내부 관을 따라 아주 얇은 세포 경계막인 기저막이 있는데 시작부인 기저부는 폭이 넓고 두께가 얇다가 달팽이관 꼭대기(첨단부)로 갈수록 폭이 좁고 두꺼워진다. 달팽이관의 기저막 형상 덕분에 우리는 주파수 대역별로 나누어 다양한 소리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생체 기능을 모방한 음향센서 연구는 지난 20여 년간 이어져 왔지만, 기존 연구를 통해 개발한 음향센서는 주파수 대역이 좁고 여러 채널 사이에 주파수 대역의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등 소리의 검출분석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달팽이관의 기저막 형상을 보다 정밀하게 모사한 차세대 인공 기저막 센서를 개발했다. 생체 기저막의 3차원 구조 특징을 효과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고 설계에 반영했다.

먼저 생체 기저막처럼 길이 방향에 따라 폭이 변하도록 인공 기저막 구조를 설계하고, 나선형구조를 채택해 면적대비 길이를 최대한 길게 만들어 주파수 대역을 크게 확장했다.

한창수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고려대 제공]

또한 기저막과 청각신경을 모방해 24개의 압전센서 모듈을 부착, 24개의 채널이 각각 독립적인 주파수 대역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기저막의 위치에 따라 원하는 특성주파수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기저막의 최소 거리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

이렇게 개발한 무전원 음향센서를 사용해 실제 도로를 달리는 버스, 트럭, 오토바이 등 고속고중량 차량들의 주행음을 분석한 결과 소리만으로 차량의 종류를 구별하는 등 주파수 분리능력과 전기신호 검출 및 분석 능력을 증명했다.

한창수 교수는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 위험신호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조기 알림 시스템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인공 와우 등의 청각 보조 장치에서도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6월 17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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