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비보이’ 김홍열, 올림픽 브레이킹 첫 금메달 노린다

84년생 최고령 출전자…우승후보 손꼽혀

“브레이킹 불량하지 않아. 시선 바꿀 것”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출전권을 따낸 비보이 김홍열(Hongten·도봉구청)이 지난 6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듯하다. 땅에 머리를 대고 두 팔을 이용해 회전한다. 그런가 하면 손으로 땅을 짚은 채 몸을 띄운 뒤 공중에서 멈춘다. 박자와 한 몸이 된 듯한 현란한 움직임에 관중석에선 탄성이 나온다.

비보이(남자 브레이킹 선수)의 전설, 김홍열(40·활동명 홍텐) 선수의 모습이다. 이번 ‘2024 파리올림픽’엔 브레이킹이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됐다. 40살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 김홍열이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김홍열이 Red Bull BC One 2023 월드 파이널 경기에서 브레이킹 연기를 하고있다. [유튜브 채널 'Red Bull BC One' 캡처]
김홍열이 Red Bull BC One 2023 월드 파이널 경기에서 브레이킹 연기를 하고있다. [유튜브 채널 'Red Bull BC One' 캡처]

김홍열은 한국 브레이킹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그는 중학교 2학년이던 1998년 반 친구가 선보인 간단한 동작을 따라 하다가 그대로 브레이킹의 매력에 빠졌다.

김홍열은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이지만 강력한 우승 후보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1998년 브레이킹을 시작해 4년 만인 2002년 독일에서 열린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그해 영국에서 열린 ‘UK 비보이 챔피언십’에선 팀 우승과 함께 솔로 부문 2위를 차지했다.

김홍열(홍텐) 선수가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 짓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연합]

또 세계 최고 권위 대회인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에서 3차례(2006·2013·2023년) 우승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를 뽑는 대회인 ‘OQS(Olympic Qualifier Series)’에선 상하이 대회 4위, 부다페스트 대회 3위를 기록했다.

김홍열이 Red Bull BC One 2023 월드 파이널 경기에서 브레이킹 연기를 하고있다. [유튜브 채널 'Red Bull BC One' 캡처]

김홍열의 강점은 완숙함에서 비롯된 농익은 브레이킹 연기다. 파워 무브와 스타일 무브를 적절히 조화하는 경기 운영과 순간적 대처에 능한 노련함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김홍열은 지난 6월 브레이킹 종목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귀국했다. 취재진 앞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불량하게 보인다는 걸 개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올림픽 종목에서 확실하게 모습을 보여줘 춤추는 사람들이 성실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브레이킹 종목은 파리 올림픽 최후반부인 8월 10일(현지 시간)에 열린다. 세계 톱 비보이 16명이 초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타이틀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4명씩 4개 조로 나뉘어 라운드가 진행된다. 각 조 1, 2위 안에 들면 8강부터 토너먼트가 이어진다. 한 경기는 3라운드로 구성돼 2개 라운드 이상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16강부터 8강, 준결승, 결승 토너먼트가 당일치기로 진행되는 강행군이다. 김홍열이 메달을 따려면 하루에만 총 7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선수들은 가로 8m, 세로 8m 정사각형 크기의 바닥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음악에 맞춰 60초 동안 번갈아 서로의 브레이킹 기술을 겨룬다. 고난도 기술과 예술적인 동작으로 심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9명 심판의 평가 기준은 5가지(▷기술성 ▷다양성 ▷독창성 ▷수행력 ▷음악성)이다.

파리에서 첫선을 보이는 브레이킹은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선 정식 종목에서 빠졌다. 이번 올림픽이 김홍열의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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