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그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22일(현지시간) 선거운동 본부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사실상 대선후보 행보를 시작한 가운데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59)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역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부통령의 배우자)’인 엠호프는 11월 대선에서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 사상 첫 ‘퍼스트 젠틀맨’이 된다.
엠호프는 59세로 해리스 부통령과 동갑내기다. 그는 로스앤젤레스에서 로스쿨을 졸업한 뒤 30년 넘게 엔터테인먼트 변호사로 활동하며 대형 로펌 임원을 지냈다. 이후 해리스가 부통령에 취임하자 이해 충돌 소지를 없애기 위해 자발적으로 퇴직했다. 로펌에서 사직한 후에는 워싱턴DC 조지타운대 로스쿨에서 방문 교수로 강단에 섰다.
2020년 대선 때 민주당 예비경선 당시 선거운동 과정에서 엠호프는 해리스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면서 미국 유권자들에게 ‘훈훈한 사랑꾼 남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이번 대선에서도 엠호프의 영향력이 상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대인인 엠호프는 미국 내 유대인 커뮤니티와 적극 협력하면서 백악관과의 가교 역할을 자처해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미국 내에 확산한 반유대주의에 맞서기도 했다. 그의 이런 배경이 유대계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물러난 직후 해리스에 대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지지가 이어졌는데 할리우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분야에서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활약한 엠호프의 이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는 해리스를 공식 지지하며 “해리스 부통령의 역사적인 임무 수행을 지지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레이 아나토미’ 등으로 유명한 작가 겸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와 드라마 ‘로스트’ 등을 연출한 감독이자 작가 데이먼 린들로프 등도 전날 해리스 지지 글을 올린 바 있다.
블룸버그는 “LA에서 엔터테인먼트 분야 변호사 활동을 오랜 기간 해온 엠호프는 할리우드와 이미 유대가 있다”며 그의 역할을 조명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재조명되고 있다. 엠호프는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축하 사절로 방한해 외교 사절로도 활동했다. 방한 때 그는 전쟁기념관을 방문하고 방송인 홍석천씨와 광장시장을 돌아보는 등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사진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22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그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입을 맞추고 있다. [AFP] |
엠호프와 해리스 부통령은 2013년에 결혼했다. 해리스는 초혼이지만 엠호프는 재혼이다. 그는 1992년 영화 프로듀서와 결혼했다가 2008년 이혼했다. 전 부인과의 사이에 두 자녀를 뒀다.
엠호프는 지난 5월 CBS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에 첫 눈에 반했다”며 “데이트가 끝날 무렵 우리는 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첫 데이트가 끝난 뒤 엠호프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만남이 가능한 모든 날짜를 이메일로 보냈다고 한다.
엠호프의 두 자녀인 콜과 엘라는 해리스를 ‘새 엄마’가 아닌 애칭 ‘모말라’라고 부른다. 해리스는 “나는 더글라스에 푹 빠지기도 했지만, 나를 사로잡은 것은 콜과 엘라”라며 “끝없는 사랑의 원천이자 순수한 기쁨”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결혼한 뒤 해리스는 2016년 상원의원이 됐고, 2020년에는 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 됐다. 해리스의 승승장구에 남편 엠호프가 ‘외조’를 톡톡히 했다는 평을 받는다. 엠호프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 주변에는 그녀의 역할에 대해 조언해주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나는 해리스의 남편으로 아내를 지원해주고 곁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카멀라 해리스 당시 상원의원이 조 바이든 부통령에게 취임 선서를 하고 있는 가운데, 해리스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서있다. [A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