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동탄경찰서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무고한 20대 남성을 성범죄자로 예단하고 강압적으로 수사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경기 화성동탄경찰서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운영을 돌연 중단했다.
24일 화성동탄서는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문을 닫으며 '그동안 자유게시판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행정기관 민원서비스 통합방침에 따라 모든 민원은 하단에 있는 경찰민원포털로 통합 운영됩니다'라는 안내문을 걸었다. 자유게시판에서 새로 글을 쓰는 것은 물론 기존 게시글을 보는 것도 막았다.
누리꾼들은 최근 '성범죄 무고 사건'으로 자유게시판에 비판글이 쏟아지자 게시판을 닫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것)이 습관이네 이거"라고 적었고, 다른 누리꾼은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면 뭐하러 게시판을 운영하나"라고 비판했다.
누리꾼들은 대신 해당 경찰서의 '칭찬합시다' 게시판으로 몰려가 "떳떳하면 왜 자유게시판을 없애냐", "시민 세금으로 운영하면서 시민들 이용 못하게 마음대로 막아도 되는 거냐" 등 비판을 하고 있다.
화성동탄서 측은 시민들의 의견 개진을 막기 위해 자유게시판을 닫은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 민원서비스 통합 방침에 따른 게시판 통합 운영' 차원에서 닫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자유게시판은 시민들의 의견에 답변하는 기능이 없어 답변 가능한 공식 창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화성동탄서는 '성범죄 무고 사건'으로 최근 비판을 받고 있다.
20대 남성 A 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5시께 자신이 사는 아파트 헬스장 옆 관리사무소 건물 여자 화장실에서 50대 여성 B 씨를 몰래 훔쳐보고 성적 행위를 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B 씨가 피해를 호소하며 신고한 것이었다.
A 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반말을 섞은 말투로 "떳떳하면 가만히 있으라", "방범 카메라 보니까 본인으로 확인됐다"고 하는 등 A 씨를 범인으로 예단하고 고압적 태도로 수사했다.
A 씨는 이후 '억울한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자신이 겪은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을 녹음 파일과 함께 공개했다.
누리꾼들은 "무죄 추정의 원칙은 어디 갔나", "경찰은 신고자 말만 믿고 결론을 내린 건가" 등의 반응을 보이며 공분했다. 그간 성범죄 처벌 과정에서 형사사법기관이 '피해자 중심주의'를 과도하게 오용해 억울한 사람을 가해자로 몰아갔다는 불만이 응축돼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었다.
실제 B씨는 논란이 터진 이후 경찰에 허위신고였다고 자백했다. 경찰이 A 씨에게 "방범 카메라 보니 본인으로 확인됐다"며 압박했던 말은 거짓이었던 것이다. B 씨는 무고 혐의로 입건돼 조사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경기남부경찰청은 화성동탄서가 지난해 1월부터 맡았던 성범죄 수사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했으며, 일부 문제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발견한 문제점은 수사 결과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