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항마 해리스…‘미국 첫 여성 대통령’ 탄생할 수 있을까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선거대책본부에서 발언하던 도중 활짝 웃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직 확정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 하차 이후 하루 만인 22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될 충분한 대의원을 확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설 ‘대항마’로 올라선 그가 미국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자체 설문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의원 가운데 최소 2668명의 지지를 얻어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단순 과반)인 1976명을 훌쩍 넘겼다.

다만 외신에 따르면 해당 집계는 비공식적인 것으로 대의원들은 민주당이 공식 대선 후보를 선출할 때 원하는 후보에게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는 8월 7일 정해질 전망이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에 따르면 해당 투표는 각 주의 대의원이 지지 후보를 공개 호명하는 ‘롤 콜(Roll Call)’ 투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부상으로 2016년 대선 이후 8년 만에 미국 첫 여성 대통령 탄생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유권자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23일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툴라센드라푸람 마을에 설치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대형 포스트 앞을 현지 주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곳은 인도계 이민자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의 모계 조상이 살던 마을이다. [연합]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선거대책본부에서 발언에 앞서 남편 더그 엠호프와 키스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캘리포니아) 등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직 확정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8년 전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는 달라진 환경에서 선거를 치를 전망이다.

미국의 대졸 여성 노동자의 수가 남성을 추월했고 조직이나 권력관계에서 상위에 있는 남성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성평등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선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많은 여성 유권자가 분노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AP]

이 같은 정치 환경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8년 전 대선에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당시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져 당선되지 못했다.

당시 여성 유권자의 54%가 클린턴 전 장관에게 투표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얻은 여성 표(39%)보다는 많았지만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얻은 여성 표(55%)보다는 부족했던 결과였다.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으로 미국 유권자들의 인식이 변화한 것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여성 정치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과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이 경쟁력을 보였고, 올해 공화당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돌풍을 일으킨 게 대표적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선거운동 본부에서 직원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AP]

고위 선출직에 도전하는 여성 정치인을 통해 유권자들이 과거보다는 열린 자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사회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은 여전하다는 우려도 있다.

여성이 사회 전반에서 유리 천장을 깨뜨리고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여전히 유권자들의 성차별적인 인식을 넘어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해리스 부통령에 맞서 ‘남성성’을 강조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남자의 세상’이라는 뜻을 지닌 제임스 브라운의 대표곡 ‘잇스 어 맨스 맨스 맨스 월드’에 맞춰 입장했다.

트럼프 지지자들 중 여성이 적지 않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2016년 대선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39%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지만, 2020년 대선 때는 여성 유권자의 4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