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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미국 주식에 환멸을 느낀다. 이유도 없이 오르고 떨어지고. 이게 국장이랑 뭐가 다르냐’ (25일 한 온라인 주식게시판)
테슬라, 구글 등 일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 결과가 투자자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락했다. 이에 서학개미(해외주식 국내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큰 상태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28.61포인트(2.31%) 떨어진 5427.1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654.94포인트(3.64%) 급락한 1만7342.41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04.22포인트(-1.25%) 하락한 3만9853.87에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지난 2022년 10월 15일(-2.49%) 이후, 나스닥 지수는 지난 2022년 10월 7일(-3.80%) 이후 각각 2년 9개월 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
테슬라는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발표 내용도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날 12.3% 급락했다. 머스크 CEO는 전날 발표에서 자율주행 로보(무인)택시의 공개를 2개월 연기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한 AI 투자가 전문가 예상을 뛰어넘은 데다 유튜브 광고 수익이 기대를 밑돌면서 이날 5.04% 하락했다.
엔비디아(-6.8%), 메타(-5.6%), MS(-3.6%) 등 다른 대형 기술주들의 낙폭도 컸다.
블리클리 파이낸셜 그룹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투자자들이 마침내 인공지능(AI) 지출이 현시점에서 수익 창출기가 아닌 비용이란 점을 깨닫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 뉴욕증시가 AI 붐에 힘입어 일부 기술주를 중심으로 강세장을 펼쳐온 가운데 2분기 실적 발표 과정에서 미래 수익 창출이 불확실한 AI 투자의 비용청구서가 드러나기 시작하자 투자자들이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투자회사 베어드의 로스 메이필드 투자 전략가는 이날 급락의 배경에 과매수 장세, 투자자들의 높은 실적 눈높이, 주식이 약세를 보여온 계절적 요인이 겹쳐 '퍼펙트 스톰'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메이필드 전략가는 "강세장 속의 건강한 조정은 방어적으로 나설 때가 아니라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의 장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빅테크 실적 실망이 초래한 이날 급락에도 불구하고 2분기 실적 시즌은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시장분석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지수 구성 기업 중 25%가 현재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약 80% 이상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발표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시장 예상을 밑돌아 업황 위축 영역인 49.5로 하락한 것도 이날 위험회피 심리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기고문에서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졌다며 고금리 장기화가 필요하다는 기존 견해를 바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주 열리는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