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일정 어쩌라는거냐”…위메프 본사서 밤샌 피해자들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상품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여행사에서도 대금이 안 들어와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신청하지 못한 상태이니 환불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언제까지 기다릴지 모르겠다.”

25일 오전 7시부터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 왔다는 강모(34)씨의 말이다. 강씨는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9월 동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위메프에서 450만원을 들여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지만, 환불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날 새벽부터 위메프·티몬 판매대금 정산 지연사태로 피해자들이 본사에 모여 항의하고 있다.

경찰과 위메프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8시 30분까지 위메프 본사에 환불을 요청하기 위해 소비자 400여명이 모여들었다. 오전 8시 30분 기준으로도 80명 넘는 피해자가 환불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쓰레기통에는 밤새 운집한 피해자가 마시고 버린 음료수캔이 쌓여있었다. 자판기 커피 음료는 동이 나 붉은색 엑스자 신호가 켜진 상태였다. 한때 위메프 본사에서 한 남성이 “경찰 오라고 해, 내가 사채를 줬어 뭘 줬어”라며 고함을 질러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270만원짜리 사이판 여행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지만, 여행사로부터 예약을 취소해달라는 받아 환불을 요청하러 왔다는 이도 있었다.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 고객들이 환불 요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

오전 9시께 신사동 티몬 본사 건물 앞에도 굳게 닫힌 문 앞에 고객 20여명이 몰려 대기하고 있었다. 간밤 현장 환불이 진행된 위메프와 달리 티몬은 현재도 건물을 폐쇄한 상태지만 고객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방법이 없어 답답한 마음에 찾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티몬 앞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 고객은 “티몬 캐시 4000만원어치를 구매했는데 환불도 안 되고 연락이 전혀 안돼서 찾아왔다”며 “설명이라도 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

이곳 고객들은 향후 티몬 관계자가 건물에 올 경우 사람이 몰리거나 싸움이 날것을 대비해, 직접 상담 순번까지 정해 대기 중인 모습이었다.

위메프 관계자는 “환불을 요청한 400여명 가운데 300여명에 대한 조치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 위메프에서 발생한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는 다른 계열사인 티몬으로까지 확산, 보름 넘게 이어지며 장기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피해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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