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침대’ 이번엔 안 무너지나…선수촌에 열풍부는 ‘챌린지’

파리올림픽 가족친화적 선수촌 공개

패밀리존 등 멘탈 관리 공간 확대

골판지 침대도 화제…테스트 유행

캐나다 다이빙 선수 카엘리 맥케이가 숙소 골판지 침대를 테스트한 영상 캡처 [카엘리 맥케이 엑스]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김도윤·김민지 수습기자] 전세계 스포츠인들의 축제로 불리는 올림픽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전 선수들이 생활하는 공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는 파리 생드니에 위치한 선수촌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이번 올림픽에는 사상 최초로 선수촌 내에 보육시설과 마음챙김 시설이 생겨 선수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반면 지난 도교 올림픽 때 내구성 논란을 일으켰던 골판지 침대가 재등장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직위는 “어느 대회보다 선수의 의견이 잘 반영된 선수촌”이라고 자부한다.

“출산 때문에 선수 경력 단절 없어야”…‘엄마 선수’들 위한 패밀리존 생겼다
23일(현지시간) 파리 생드니에 위치한 2024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서 올림픽 사상 첫 운영되는 보육시설인 어린이집 [연합]

조직위가 가장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시설은 선수들이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패밀리존’(어린이집)이다.패밀리존은 선수촌 내 보육시설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된다. 각종 아기 용품과 실내 자전거 등 장난감이 비치됐고 바닥은 육상 트랙 디자인이어서 올림픽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유 수유를 위한 전용 공간도 있다.

어린이 교육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 패밀리존 자원봉사자는 “이 곳에서 ‘엄마 선수’들은 아이를 맡기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이 시설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23일(현지시간) 파리 생드니에 위치한 2024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서 올림픽 사상 첫 운영되는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이 취재진에 공개되고 있다. [연합]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선수촌에 보육 시설이 자리한 건 ‘엄마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엠마 테르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회위원장은 조직위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선수들이 스포츠 경력과 가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다”며 “나는 어린 자녀를 둔 엄마로서 2014년 동계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이런 기분이 어떤지 안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 직후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도전한 핀란드 하키 선수 출신이다.

올림픽 역사상 육상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한 여자선수 앨리슨 펠릭스는 “인생의 가장 행복한 일인 출산 때문에 선수 경력을 중단하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며 “패밀리존이 엄마 선수들에게 희망의 장소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된 이후에도 도쿄 올림픽에 나와 5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출산 후 후원금 문제로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와 싸우며 ‘여성 선수의 인권’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프랑스 유도 국가대표 클라리스 아그벵노는 지난해 1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내 딸과 올림픽 선수촌에서 함께 지내며 올림픽 경기에 전념하고 싶다”고 건의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딸을 데리고 와 경기를 준비하는 웜업존에서 모유 수유를 하고 우승 후 시상식을 기다리면서도 딸을 안고 있었다.

아직 파리 올림픽이 개회식(26일)도 치르지 않은 터라, 패밀리존을 활용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관계자는 “패밀리존 활용에 대해 문의하는 선수가 많다”고 전했다.

국내에서도 ‘선수촌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의 경험이 매일 새로울 것 같다’ ‘이색적이고 재밌을 것 같다’ ‘선수촌 어린이집 교사 생활도 궁금하다’ 등 패밀리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젠 마음 건강도 챙긴다…선수들 ‘마인드존’에서 명상·아로마 테라피도
23일(현지시간) 파리 생드니에 위치한 2024 파리 올림픽 선수촌에서 올림픽 사상 첫 설치, 운영되는 마인드 존(MIND ZONE)이 취재진에 공개되고 있다. 선수촌 마인드 존은 올림픽의식 고취 및 심신안정을 위한 VR 체험과 아로마 힐링 테라피, 색채심리를 활용한 드로잉, 올림픽 기념 엽서 작성 등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연합]

올림픽 선수촌 ‘1호 공간’은 또 있다. 선수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마련된 장소 ‘마인드존’이다. 조직위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챙기자’라는 의미로 웨이트 트레이닝장 위에 마인드존을 꾸렸다.

마인드존에서는 가상현실(VR) 장비를 이용한 심신 안정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명상과 요가, 색채 심리를 활용한 드로잉, 아로마 힐링 테라피 등을 할 수 있다. 파리 올림픽 기념엽서를 작성하며 마음을 다스릴 수도 있다.

마인드존 관계자는 “선수들은 신체적 피로만큼이나 정신적인 피로도 느낀다”며 “선수들이 긴장을 풀고 정신적으로 재충전하면서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마인드존을 준비했으며 이미 많은 선수가 마인드존에 오고 있다”고 전했다.

선수들의 정신 건강 보호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미국 여성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는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며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 기권을 선언했다. 이외에도 시몬 매뉴얼, 케일럽 드레슬(이상 수영 경영) 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심리적인 문제’로 깊은 슬럼프에 빠지면서, 스포츠계 내 ‘선수들을 위한 정서적 지원’이 화두에 올랐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정서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선수들의 목소리에 ‘시설’로 답했다.

유승민 IOC 선수위원은 “올림픽 환경이 점점 선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파리에서 선수촌 내에 보육시설을 설치하고, 선수들이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 시설도 두는 등 많은 것이 변했다. 그 변화를 확인하는 게 무척 즐겁다”고 밝혔다.

“이번에 또?”…골판지 침대 재등장에 ‘내구성 테스트 챌린지’ 열풍
23일(현지시간) 파리 생드니에 위치한 2024 파리 올림픽 선수촌 내 한국대표팀 숙소가 공개됐다. 지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사용됐던 골판지 침대와 조직위에서 더위를 쫓기 위해 제공된 선풍기가 놓여져 있다. 대한체육회는 선수들이 더위에 지치지 않도록 별도로 냉풍기를 공수해 각 방에 비치해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연합]

지난 올림픽에 이어 재등장한 가구도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때 등장했던 ‘골판지 침대’가 내구성 논란을 딛고 이번에도 사용된다.

골판지 침대는 침대 프레임을 골판지 재질로 설계하고 그 위에 매트리스를 깔아 사용한다. 앞서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환경을 고려해 재활용이 가능한 골판지 침대를 썼다. 도쿄올림픽 대회 당시 침대의 폭은 90㎝, 길이는 210㎝로 200㎏까지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나 건장한 체격의 선수들이 편히 눕기엔 내구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뒷말이 무성했던 골판지 침대는 2년 사이 더 진화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250㎏까지 견디기 위해 보완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오카 무토쿠니 에어위브 사장은 지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견고한 침대로, 메달을 딴 선수 3~4명이 침대에 올라 기쁨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캐나다 다이빙 선수 카엘리 맥케이가 자신의 숙소 내 골판지 침대를 테스트하는 모습. [카엘리 맥케이 엑스 캡처]

선수들이 직접 침대에 뛰어올라 튼튼함을 확인하는 ‘내구성 테스트’ 놀이도 재연되고 있다. 영국과 호주, 캐나다 선수들이 직접 골판지 침대의 내구성을 검증한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영국 남자 다이빙 선수 톰 데일리는 ‘올림픽 선수촌 골판지 침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것이 골판지 침대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골판지 침대 위에서 3~4번 점프를 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골판지로 된 침대 프레임을 손으로 두드리며 “(영상으로) 볼 수 있 듯, 침대는 꽤 견고하다”고 했다.

호주 여자 수구 선수인 틸리 컨스는 내구성 인증 영상을 찍으면서 “돌처럼 단단하다. 룸메이트도 등이 부서질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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