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종 국제구리협회 한국지사장 [국제구리협회 제공] |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구리는 90% 이상이 재활용되고, 다른 광물과 비교해 생애 전 주기 기준으로 탄소발생량이 현저히 낮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가장 부합하는 광물입니다.”
유한종 국제구리협회(International Copper Association·ICA) 한국지사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각 산업 분야의 탈탄소화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구리가 지닌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구리협회는 지난 1959년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전 세계 구리 사업과 관련된 40여개 회원사와 500여개 파트너사가 소속돼 있다. 현재 60여개 국가에서 구리산업, 특히 에너지 관련 공익사업 지원, 기술 발굴과 개발 등 정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 지사장은 에너지 전환 시대에서 특히 구리가 주목받는 요인으로 ▷다른 광물과 비교해 우수한 재활용성 ▷낮은 탄소 발생량 ▷높은 전기 전도도 ▷항균성 등을 꼽았다.
구리의 재활용 방안과 관련 유 지사장은 “‘도시 광산’으로 불리는 재활용 용광로에서 재생산된 구리는 새로 만들어진 신동과 품질 차이가 없으며, 상용 구리제품에 평균 35% 이상의 재활용 구리가 포함돼 있다”며 “생애전주기를 기준으로 다양한 산업군에서 사용되는 알루미늄과 비교해 탄소발생량이 5분의 1 수준으로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유 지사장은 구리의 전기적 특성에 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리는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사업으로 꼽히는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분야는 물론 송전선과 변압기 내 회로 기판과 데이터 케이블,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 건물 내 전선과 접지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산업에서 활용된다.
그는 “구리는 최상급 전기 전도도를 갖고 있어 다른 소재보다 에너지 효율은 높이고 제조와 유지보수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전 세계가 태양광 및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과 전기차 보급에 힘쓰면서 구리의 수요는 더욱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특성을 바탕으로 구리의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블룸버그와 NH투자증권 조사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따라 구리 수요는 2023년 대비 2032년에 1.6배, 2042년 2.2배까지 각각 증가할 전망이다. 아울러 전체 구리 수요에서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2년 25% 수준에서 2030년 53%, 2040년에는 61%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 신재생 에너지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도 유럽 내 구리 수요량이 오는 2050년 약 225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구리의 항균성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특히, 구리의 항균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20년 미국 질병통제센터와 국립보건원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구리 표면에 접촉 시 1시간 이내에 절반이, 4시간 이내에는 완전 소멸했다.
유 지사장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공공주택이나 공공기관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 붙어 있던 항균 필름 소재가 바로 구리”라며 “많은 선진국에서 교차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시설, 다중이용시설, 공공기관, 교육기관, 대중교통 등에 구리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국제구리협회는 구리의 항균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서울아산병원과 항바이러스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한 바 있으며, LS MnM과 지난 2021년부터 ‘카퍼 프렌즈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며 전남대 의대, 국립한국경진학교, 서울맹학교 등에 항균 구리 문손잡이 등 항균 구리 제품을 기부했다.
유 지사장은 “구리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혁신, 정책 지원, 그리고 환경친화적인 생산 및 소비 체계 구축 개선이 필요하다”며 “국제구리협회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구리를 친숙한 소재로, 일상에서 사용하면 도움이 되는 소재로 생각하도록 구리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