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 [연합] |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로 비화되는 배경에는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대란을 총괄 대응할 법적 주체나 규제가 없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근거 법령이 없어 이커머스 업체를 직접 감독,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5일 “홍콩 ELS(주가연계증권)는 불완전판매였고 이번 사태는 사적으로 발생한 것이라 차이가 있다”며 “민간 지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직접적 해결방안이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관련부처에서 소비자 보호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전날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소비자와 판매자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당국에서 신속히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티몬·위메프 사태 발생 직후부터 피해 현황을 파악하며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직접 개입해 사태를 해결하는 데는 법적인 한계가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금융거래법은 금융당국이 티몬·위메프 같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에 대한 허가·등록, 전자금융사고 예방 등 건전경영지도, 재무상태 감독 등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 같은 판매자 정산금 지급 지연에 대해서는 나설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다.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전금법 개정안은 9월 15일에나 시행될 예정이다. 법 개정안은 티몬 같은 선불업자로 하여금 선불충전금을 100% 외부에 별도 관리하고 이를 상계·압류·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게 해 업체가 파산하더라도 소비자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금융당국이 시행 중인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행정지도)을 통해 선불충전금을 외부에 관리하도록 하고 선불충전금 규모, 지급보증보험 가입 여부 등 관련 현황을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법적 의무가 아닌 만큼 구속력이나 규율 내용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티몬캐시 같은 선불충전금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도 아니다. 9월 전금법이 개정되면 네·카·토가 제공하는 소액후불결제(BNPL)만 금소법상 금융상품으로 포섭될 예정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금법이 개정되면 BNPL은 금소법 적용을 받게 되지만 선불충전금은 적용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위는 티몬·위메프 측에 자금조달 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판매자 정산 피해 현황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두 회사의 모회사인 싱가포르 기반 e커머스 플랫폼 큐텐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소비자 결제대금과 판매자 정산대금 환급이 지연됐던 만큼, 소비자·판매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고 시장 불안 확산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당국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든 대주주든 나서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당국이 피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의 청약철회를 규정한 전자상거래법의 소관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 피해 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전자상거래법 적용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얘기하며 하나의 정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승연·서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