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그리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7년 9월 중국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국경 갈등, 제조업 경쟁 등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중국 자본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조업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선 중국 자본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인도 정부가 태양광 모듈, 중요 광물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투자 제한 완화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2020년 히말라야 국경 분쟁을 계기로 인도는 중국 기업의 투자 및 진출 제한을 강화하고 중국인에 대한 비자 승인도 제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인도 투자는 대폭 줄었다.
인도 정부의 한 수석 경제 고문은 중국 자본이 늘면 인도의 제조업을 촉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 수출 시장 접근성도 높일 수 있는 등 수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에 제언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익명의 한 소식통은 “인도 정부는 국가 안보 차원에서 덜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완화 방침이 적용될 산업 분야는 “사례별로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전자 및 통신 분야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 제한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인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6월까지 2020년 4월 이후 중국에서 들어온 435건의 외국인 직접투자 신청 중 4분의 1만 승인했다.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제조업 수요를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1184억달러(약 163조9300억원)로 인도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부상했다. 인도의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 회계연도 기준 166억7000만달러로 8.7% 증가했다.
인도준비은행(RBI)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31일에 종료된 인도 회계연도(FY24) FDI 수치는 전년도(279억8000만달러)보다 62.17% 감소한 105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외국인 직접 투자가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부 장관은 지난 23일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고위 내각으로는 처음으로 중국과의 경제 관계 개선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인도산업연맹(CII)은 최근 “중국과 갈등으로 20억달러(약 2조7634억원) 규모의 부가가치 손실이 발생했고, 100억달러의 수출 기회를 잃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코노믹타임스(ET)는 중국과 긴장 고조로 인도 전자 제조업계가 지난 4년간 150억달러의 생산 손실과 함께 일자리 100만개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중국을 능가하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음에도 중국의 손길이 뻗치지 못한 제조업 분야를 인도가 선점할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푸샨 더트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경제학 및 정치학 교수는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으로 인도를 선택하고 있지만, 제조 역량 면에서 인도는 여전히 중국에 한참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은 중국 외에 다른 국가에도 생산 기지를 확보해 공급망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다. 이는 미중 갈등, 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인해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 베트남 등이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비스와짓 다르 인도 사회발전협의회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정치적 충돌에도 경제적으로 공전하고 있으며 견고한 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인도도 중국과 경제와 정치 문제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